철저하고 엄격하게 그러나 사랑하기
회사에서 문서를 만들며 기획을 하던 사람에서 다시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컴퓨터를 두드리던 직업에서 물성을 다루는 직업으로의 변화가 큰 것은 맞다. 팔과 손가락을 많이 쓰다보니 내 팔근육들이 자꾸만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재봉틀이라는 예민한 기계를 다루는 탓에 긴장한 탓도 있을 것이다.
딱 한번의 실수로 옷이 유통되지 못한 채 하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더럿 보았다. 아까운 시간과 비용이 날라가지 않도록 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옷은 공예작품이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상당하다. 옷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마련하다보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태도와 유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예쁘게 입는 모습을 상상하면 작업이 즐겁고 보람차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교 때부터 옷을 만들면서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회사에서 잊고 있던, 작업에 대한 경건한 마음가짐과 함께 창의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즐거움. 옷을 만든다는 건 정말 신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창작이라는 내적 욕구를 충족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감히 규정하기 어렵다. 이걸 다시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현재를 찬란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아직 내 디자인 세계는 완성되지 않았다. 알아가고 배우면서 조금씩 확장될 뿐이다. 그런 확장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겪는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다. 앞으로 공모전에 부지런히 참여하면서 상금도 타고 싶고, 실력도 인정받고 싶다.
아직까지는 회사에 다녔을 때만큼 금전적으로 충족되지는 못한다. 자연스레 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으로 흐른다. 어릴 때부터 옷을 만들었다면 더 빠르고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가끔 어쩌다가 든다. 그러나 그랬다면 내가 사랑하는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한다. 독창적이고 웃기고 예쁘고 싶은 욕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래서 쉽사리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을 두고 나의 디자인에 대한 확신을 구축해햐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