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가까이

by 달맞이

허리쯤 되는 높이에 오는 테이블 위에

유리 받침 안으로 딱 맞게 들어간 초에 불을 붙인다


성냥개비로 조심스레 옮겨 붙인 불이

잠시 길쭉하게 올라오다 자리를 잡으면

심지 주변은 찰랑거리는 물처럼 녹아들고

불이 잘 옮겨 붙은 초는 하늘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한다


아직 세상이 조용하고 달님이 머무르고 있는 이른 시간

커다란 창으로 달빛이 담뿍 쏟아져 들어와

얼굴 전체를 감싸고 발끝까지 한가득 훑고 지나간다


주말 낮에 열심히 닦아놓은 창문에는 아무런 소리 없이

가만히 멈춰 정지 화면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촛불이 반사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달빛과 촛불의 맑으면서도 따뜻한 색을 입은 세상 속에

이른 새벽의 고즈넉함이 더해지면

차분히 잠겨 드는 정신은 잠을 깬 듯 아직 꿈속인 듯 아득해진다


포근하면서도 무거운 새벽 공기가 흘러들어와

여기저기 안으로 나 있는 상처들을

슬프고 화가 나서 생기는 생채기뿐만 아니라

행복과 즐거움을 담아내려 애쓰느라 남게 된 자국까지

무심한 손놀림처럼 저릿하게 쓸어내린다


성냥개비 하나를 긋는 작은 손동작이

애써 외면해오던 내면을 맑고 따뜻한 색으로 어루만져

오랫동안 떼지 못한 한걸음을 옮기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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