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스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아침의 출근길에 서성이는 마음을 전하며

by 구시안


당신께서는 아마도 아실 겁니다.
도시는 이상하게도, 겨울이 깊어질수록 더 비어 보인다는 것을요. 사람은 그대로 있는데, 온기가 빠져나간 그림자들만 돌아다니는 것처럼. 저는 오늘 그 거리 위에 서 있었습니다. 마치 투명한 존재처럼, 사람들의 어깨 사이를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지요.



아스팔트는 해가 져도 식지 않는 검은 열기를 품고 있었지만, 그 위로 걸어가는 인간들의 마음은 이미 대기를 닮아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발끝을 따라가며 생각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데, 정작 어디에도 향하는 온도는 없는 걸까 하고요. 바람이 골목을 건너오며 얼굴을 베고 갔습니다.



날카로웠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에 상처를 내는 건 온도 때문이 아니라, 제가 지켜보는 인간들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말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서로에게는 차가운 침묵만 남기지요.



거리의 온도는 대기보다 사람 때문에 낮아지는 것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선 남자는 신호등이 바뀌기 전,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습관처럼 무너져 있었고, 삶은 늘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숨이 잠시 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피로라고 부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떨림 속에서 ‘포기’라는 단어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서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 걸어갑니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니까요. 그 뒤를 이어 지나는 여자는 손에 뜨거운 커피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컵보다 차가워 보였습니다. 마음속 온도를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리 뜨거운 것을 쥐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는다는 걸, 저는 오래전에 배웠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그 순간 입술이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듯 흔들렸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버거운 사람의 입술은 그렇게 미세하게 떨립니다. 당신이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저는 자꾸만 느꼈습니다. 도시는 아무도 버리지 않지만, 아무도 받아주지도 않는 곳이라는 걸요.
인간은 그 틈 사이에서 무너진 마음을 손으로 감싸 안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걷습니다.
그 잔인한 일상을, 버릇처럼.



저는 그들이 걸어가는 길을 따라 한참을 움직였습니다.
바람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지만, 그 차가움은 더 이상 자연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체온에서 흘러나오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슬픔은 때때로 차가운 기체처럼 퍼져 거리를 뒤덮습니다.
아무도 울지 않았지만, 울고 있는 눈빛들이 넘쳐나는 거리였습니다.

도시는 그런 눈빛을 늘 삼켜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날, 또다시 차가운 거리를 만들어내지요.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거리에서 따뜻함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과연 누구였을까 하고요.
혹은 그런 단어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기나 한 건지.
길가의 가로등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마치 도시가 인간 대신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숨을 들이마시니 차가운 공기가 폐 속 깊이 내려가 가볍게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조차 어딘가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감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시는 점점 더 차갑고, 사람들은 그보다 더 차가웠으며, 저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가진 채 흔들리지 않는 투명한 그림자처럼 서 있었습니다.



저는 아마....
오늘도 여전히 이 거리를 떠나지 못할 겁니다.
이 차가운 거리에는 사람들이 흘리고 버린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너무 많아서요.



쓰여지는 저의 언어가 누군가에게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자리하길 바랍니다.



구시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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