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그늘에서 발견한 또 다른 숨

형태의 저항

by 구시안

문학에서 ‘형태’라는 말은 언제나 가장 늦게 문제시된다.
우리는 대부분 내용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 문장을 손보고, 마지막에야 형태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나는 그 순서를 조금 거꾸로 뒤집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형태가 이미 삶을 규정하고 있다면, 내용 역시 형태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가령,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들여쓰기를 하고 문단을 나누고 마침표를 찍는 일들.

이것은 언어의 습관이면서 동시에 사고의 습관이다. 규칙적인 문단은 규칙적인 생각을 요구하고, 매끄러운 호흡은 논리를 예쁘게 다듬도록 압박한다. 글을 잘 쓰라는 조언 중 대부분은 사실 ‘형태를 잘 지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


하지만 형태는 언제나 중립적인가?

그렇지 않다. 형태는 질서와 권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줄이 맞춰져야 한다는 전제는 결국 맞지 않는 줄을 틀렸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문장 역시 마찬가지다. 마침표가 제자리에 있어야만 문장의 의미가 온전해진다는 믿음은 마침표를 벗어난 말들을 불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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