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의 탄생

서로를 속이도록 길들여진 사회에 대하여

by 구시안


처음부터 누가 거짓말쟁이였던 걸까.
우리는 늘 “정직이 가장 좋은 미덕”이라고 배웠지만, 정작 사회는 정직한 자에게 벌을 내리고, 능숙한 거짓말쟁이에게 포상을 준다. 그래서 어떤 날은 깨닫게 된다. 거짓말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만들어짐’ 속에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 공모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거짓말쟁이의 탄생은 아주 작고 투명한 균열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묻는다.

“다 괜찮죠? 문제 없죠?”

나는 속으로는 이미 구멍 난 배를 밟고 있지만, 입술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네, 잘 되고 있습니다.”

이 말이야말로 가장 흔하고 가장 완벽한 사회적 거짓말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괜찮지 않다는 말은 불편을 만들고, 불편을 만드는 사람은 ‘문제적 인물’이 되며, 문제적 인물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적당히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정직을 덜어낸다. 그 덜어냄이 반복되면 삶의 표면에는 점점 사회적 윤활유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거짓은 미끄러운 유분처럼 모든 말에 섞여 흐르고,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 감촉이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그 익숙함이 바로 거짓말쟁이의 탄생이다.
사회는 늘 ‘진실’을 언어로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로 원하는 것은 ‘문제 없는 진실’, ‘부드럽게 다듬어진 진실’, ‘누구도 다치지 않는 진실’, 그리고 결국엔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이다.


예술가에게는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쓰라”고 말한다.
직장인에게는 “팀 분위기를 헤치지 않도록 말하라”고 말한다.
정치인에게는 “듣기 좋게 포장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너무 솔직하면 불이익이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니 사회는 본질적으로 거짓을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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