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그는 구두 한 짝을 잃어버렸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는 분명 두 짝이었다.
오른발엔 남은 구두가 있었고,
왼발엔 벌거벗은 맨살이 있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걸어왔는지 깨달았다.
아스팔트 위의 냉기가 발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 감각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했다.
차가운 현실이 그의 발끝을 움켜쥐듯,
세상은 언제나 그를 한쪽으로만 기울게 만들었다.
그는 길가를 서성였다.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구두 한 짝이 아니라
균형이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던 보잘것없는 무게였다.
사람들은 지나가며 그를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외면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이 도시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했다.
모든 것이 빛나고 빠르게 지나가는데,
그는 한쪽 발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 그는 구두를 발견했다.
물웅덩이 속에,
어둡고 차가운 물 위로 반짝이는 구두 한 짝.
그 반짝임은 구원 같았고, 동시에 잔혹했다.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 구두를 다시 신는 순간,
그는 다시 현실의 무게로 돌아가야 했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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