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꿈과 희망,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고 증발하는가

by 구시안

도시의 골목은 일주일 내내 같은 냄새로 가득했다. 담배 연기와 술냄새, 오래된 빵집에서 남은 발효 향, 누군가 흘린 오줌과 기름 냄새가 전봇대에 뒤섞여 있었다.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행렬. 넥타이가 어그러진 채로 걷는다. 입이 추워서가 아니라 술에 취해 말을 흘린다. 혀가 꼬이고, 문장은 깨진 조각처럼 튀어나온다. 어떤 말은 알아들을 수 있고, 어떤 말은 공기 속으로 증발해 버린다.


한 골목을 지나면, 누군가는 바닥에 앉아 벽을 짚고 있다. 손에 든 술병은 거의 비어있고, 눈은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한 주의 시름이 그 눈 안에 쌓였다. 사무실에서, 회의실에서, 집에서, 사랑에서, 실패에서, 거기서 버텨야 했던 모든 날들이 몰려와 몸을 구겨놓는다.


무슨 사연일까.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있다. 웃음은 짧고, 울음은 길다. 머리가 긴 여성의 머리를 잡아주며 골목 모퉁이에서 등을 두들겨주다가 쓰다듬기를 반복해 주는 여성은 멀쩡해 보였다. 술에 취해 울고 있는 친구의 머리카락에 닿은 손길이 따뜻해 보였다.


바람이 골목으로 들어온다. 어떤 신호라도 보내는 것처럼.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누군가의 엄한 손길처럼. 넥타이가 흔들리고, 긴 머리가 휘날리고, 모자는 벗겨지고, 그들의 손가락이 얼어붙는다. 그러나 몸은 이미 마음보다 느리다. 마음은 어제와 오늘 사이, 월요일과 금요일 사이, 이미 지쳐서 흩어져 있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한다. 때로는 이해할 수 있는 말, 때로는 의미 없는 단어. 그러나 모두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려는 흔적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일지도 모른다.


일주일 동안 쌓인 고통은 작은 습관처럼 반복된다. 월요일, 상사의 잔소리와 길에서 부딪힌 무관심. 화요일, 술 냄새가 배인 골목과 낮은 천장 아래서의 숨 막힘. 수요일, 집에 돌아오면 소파와 침대 사이에서 몸이 길게 늘어지고, 그 사이로 하루가 흘러간다. 목요일, 친구의 농담 속에서 웃지만, 마음은 웃지 않는다. 금요일, 술집으로 향하고, 소리 없는 울음과 건조한 웃음이 섞인다. 토요일, 골목 끝에서 누구도 돌보지 않은 도시의 어둠과 나란히 걷는다. 일요일, 몸이 느끼는 피로와 마음이 느끼는 공허가 겹쳐, 나는 스스로를 바라본다.


말은 흩어진다. 술기운에 섞인 문장, 서로 다른 언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혼자만 이해하기도 한다. 목소리는 낮고, 몸의 떨림과 호흡에 섞여 골목을 채운다. 머리카락, 넥타이, 손끝, 모서리, 벽, 차, 바람, 냄새. 모든 것이 서로를 밀치며, 부딪히며, 존재를 확인한다. 그 부딪힘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듯이.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걷는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밤의 산책을 즐긴다는 핑계로 넥타이가 흐트러진 사람들을 지나, 술병을 든 손들을 젊은이를 지나, 바람과 연기를 지나. 마음은 여전히 무겁지만, 몸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름과 고통이, 잠시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가 흩어진다. 도시 골목은 그렇게 사람들의 숨과 상처와 흔적을 흡수하고, 또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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