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독자가 되지 않기 위한 태도
더 만지지 않겠다는 선택은 포기나 방치가 아니라 신뢰였다.
문장을,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믿겠다는 뜻이니까.
여기서 더 손대면 나아지는 게 아니라 다른 글이 되어버리는 것들을 모조리 지워냈다.
지키고 싶었던 결, ‘고요한 강박’의 태도와도 어긋나고 있었다.
이제 할 일은 딱 하나이다.
건드리지 않는 일. 쓴 대로 그대로 두는 일.
누군가의 스쳐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이 아닌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글이니까.
글과의 거리두기는, 다 쓰고 나서야 시작된다. 문장이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을 때가 아니라, 여전히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름에 응답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순간에.
나는 글을 쓰고 나면 늘 같은 자리에 머문다. 이미 끝난 문장을 다시 열어 보고, 굳이 고치지 않아도 될 단어를 천천히 훑는다. 이건 습관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깝다.
아직 여기에 있나.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나. 글과의 거리를 두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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