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효과가 끝난 뒤
눈은 다시
자기 몸의 무게를 기억한다
투명하던 순간은 지나가고
사물들은
제 표정을 회수한다
빛은 더 이상
도와주지 않고
세계는
마찰을 되찾는다
한 방울로 연명하던 시야는
건조한 진실 앞에서
천천히
깜빡임을 배운다
말들은 가장 먼저
수분을 잃고
의미는 그다음
부스러진다
침묵은
고요가 아니라
효과가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생기는
정확한 상태
유리창 위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고
간판의 불빛은
젖지 않은 채
자기 할 일을 한다
눈 안쪽에서
색들이 서로를 밀친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파랑
기도에 실패한 흰색
너무 늦게 도착한 회색
나는 더 이상
흘리지 않는다
대신
눈을 감았다 뜬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