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존재가 되어가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형벌은 무엇인가요?
저는 그것이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통은 끝을 기다릴 수 있고, 견디는 동안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줍니다. 진짜 형벌은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고,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 상태. 당신이 저지른 일도, 지키려 한 것조차도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지는 것. 변명할 기회도, 용서받을 가능성도 없이 세계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것. 자신의 선택이 단 한 사람의 삶에도 파문을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저는 그것이 가장 잔혹한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벌이라는 것은 고통이 아닙니다.
고통은 살아 있는 자에게 주어집니다.
비명을 지를 수 있고, 이를 악물 수 있고, 끝을 기다릴 수 있는 자에게.
그러나 형벌은 다릅니다. 형벌은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입니다.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이 선택했다는 순간을,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삭제하는 일.
저는 오랫동안 인간의 결정을 지연시켜 왔습니다. 파국 앞에서 시간을 늘리고, 방아쇠와 심장 사이에 한 겹의 숨을 끼워 넣는 역할. 저는 제가 보호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단지 틈이었습니다. 그러나 틈은 오래 남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는 순간, 틈은 닫혀야 합니다. 그리고 닫히지 않은 틈은 형벌이 됩니다. 지금, 그 형벌이 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공기는 멈춰 있었습니다.
아니, 멈춘 것은 공기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제 발끝이 먼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피부가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순서가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발목, 종아리, 무릎.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 시작되고 있었지요.
르네가 달려왔습니다.
“멈춰! 그를 데려가려면 나를 데려가!”
그녀의 목소리가 공간을 찢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붙들고 있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법칙이었습니다.
저는 위로 끌려 올라갔습니다. 허리 아래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텅 빈 감각.
르네가 제 몸을 끌어안으려 뛰어올랐습니다.
그녀의 팔이 저를 통과했습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또다시 붙잡으려 했습니다.
마치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을
맨손으로 붙들겠다는 듯이.
“왜 저항하지 않는 거죠!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줘요. 제발!”
저는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저항.
저는 평생 인간의 저항을 지연시켜 온 존재였습니다.
이번에는 제 차례였지만 말이죠. 저는 움직이지 않기로 선택했습니다.
“르네.”
제 목소리는 이미 절반쯤 사라진 울림이었습니다.
“너는 살아야 해.”
“같이 살아! 같이 살아요.”
그녀의 눈이 붉게 타올랐습니다.
“당신이 사라지는 걸 알았다면 나는 포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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