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밖에 남겨진 사랑
전쟁은 선언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라진 것은 인사였습니다. 다음은 웃음이었고, 그다음은 서로의 이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언어를 사용했지만,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확신은 칼날처럼 빨라졌고, 의심은 총구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저는 그 모든 장면을 보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한쪽 팔은 빛에 잠기면 흐려졌고, 가슴 속 금은 밤마다 희미하게 갈라지는 소리를 냈습니다. 르네가 저를 세상에 붙들어 두었지만, 저는 세상에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바람과 사람 사이, 기억과 망각 사이. 존재와 부재의 얇은 막 위에서.
전쟁은 인간이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틈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늘릴 수도, 방아쇠와 심장 사이에 숨을 끼워 넣을 수도 없었습니다. 질서를 거스른 대가로, 저는 관여할 권리를 잃었습니다. 그저 목격하는 존재. 아무것도 붙잡지 못하는 손으로 붕괴를 바라보는 자.
르네는 남았습니다.
폭발은 낮은 구름 아래에서 일어났습니다. 빛이 먼저 번졌고, 소리가 뒤따랐습니다. 그녀의 다리는 그 순간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피와 먼지가 섞인 거리 위에서, 그녀는 쓰러졌습니다. 저는 곁에 있었지만, 닿지 못했습니다.
고통은 늦게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비명을 길게 끌지 않았습니다. 이를 악물고 숨을 고르며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아....”
그 말은 자신에게 하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녀는 다리를 잃었지만 방향을 잃지 않았습니다. 목발을 짚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건너며, 무너진 다리를 대신해 아이들을 업었습니다. 자신이 하나를 잃은 자리에서, 누군가의 둘을 지켜냈습니다.
저는 그녀 곁에 머물렀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그녀는 저를 보지 못했지만, 알았습니다.
밤이 깊어지면 창가에 앉아 허공을 향해 말했습니다.
“거기 있나요?”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답하는 순간, 균열이 다시 벌어질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를 되돌려 놓은 질서는 여전히 굶주려 있었고, 또 다른 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길었습니다.
도시는 몇 번이나 무너졌고, 몇 번이나 다시 세워졌습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했고,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서 저는 배제된 존재였습니다. 인간의 선택은 인간의 몫이었고, 저는 더 이상 개입할 수 없었습니다.
르네의 머리카락에 흰빛이 스며들기 시작했을 무렵, 전쟁은 끝났습니다.
승리는 없었습니다. 다만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강가에 눈이 내려앉던 날, 르네는 홀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의족이 남긴 자국이 눈 위에 길게 이어졌습니다. 그녀는 오래도록 물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곁에 섰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당신을 살렸다는 걸 후회하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붙잡지 않을게요.”
붙잡지 않겠다는 말은, 놓아주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지키는 힘이 아니라, 물러서는 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녀의 숨이 천천히 잦아들었습니다.
고통 때문이 아니라, 긴 여정을 마친 사람의 평온처럼.
저는 처음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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