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 속의 전화 부스

마음속 부품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에 대하여

by 구시안

마음속에 삐뚤어진 부품 하나가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여러 개 일지도.

혹시 뭔가에 부딪혀서 삐뚤어졌을까를 생각해 본다.


초록색의 습한 우림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전거에서는 녹슨 소리가 들렸다.

페달을 세 번 휘감을 때마다 들리는 그 녹슨 소리.

그 자전거를 버리고 우림 속에 자리한 전화 부스를 향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이상한 꿈이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잠시 앉아 정신을 차려 본다.

내가 이런 꿈을 자주 꾸게 된 것이
약하고 교만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오래 지내서일까.

이런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가 경이롭다.

삶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 놓았을 뿐인데도
여러 날의 꿈속에서 사자들을 여러 마리 잡았음에도
더 이상의 모험심 같은 것은 없어진 지 오래다.


매일 밤.

다른 시대에서 열리는 축제와
다른 풍경이
또 다른 감정이
전혀 다른 내가 왔다 가곤 한다.


존재가 단조롭지 않도록 존재를 단조롭게 만들기를 반복할 뿐이다.

지극히 무미건조한 것들로 일상을 채워 아주 사소한 일도
혼자만의 시간에는 재미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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