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 다른 시간
사람들은 같은 거리를 걷지만 같은 시간을 살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아침의 문턱에서 아직 어제를 붙잡고 있고,
어떤 이는 한낮의 햇빛 속에서도 이미 밤을 준비한다.
저마다의 시계가 다를 뿐이다.
나는 때때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찾는다.
이미 지나가 버린 전망대와
무너진 길과
사라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사람들은 그것을 착각이라고 말한다.
기억의 오류라고 말한다.
혹은 지나간 것에 매달린 습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지
다른 시계의 시간이라는 것을.
어떤 사람의 오후는
다른 사람의 새벽과 닮아 있고,
어떤 사람의 청춘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계절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계를 들고
같은 광장을 지나간다.
누군가는 서두르고
누군가는 멈춘다.
누군가는 이미 끝난 이야기를
지금 막 시작된 것처럼 말하고,
누군가는 아직 오지 않은 일을
이미 오래전에 겪은 일처럼 침묵한다.
나는 한동안
내 시계가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데다가
고통스러운 일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이 흐릿해진 것이라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망가진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속도로 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어떤 날에는 시간이
무서운 강의 급류처럼 쏟아져 나온다.
창백한 문 하나가 열리면
흉측한 무리처럼 기억들이 밀려 나온다.
나는 그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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