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면과 B면 사이에서
세월에 늘어진 카세트테이프는
이제 무엇이 녹음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물건이라기보다 작은 시간의 관(棺)처럼 보인다.
투명한 플라스틱 안에서 두 개의 릴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서로에게 끝없는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두 명의 서기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동을 조용히 반복한다.
이 조그만 물건은 과거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보다, 시간을 견디는 법을 가르쳤다.
우리는 한때 Sony Walkman을 주머니에 넣고 거리를 걸었다.
음악을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음악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카세트테이프의 시대에는 음악을 얻기 위해 약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라디오 앞에 앉아 기다려야 했고,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기를 믿어야 했다.
그리고 DJ가 말을 멈추는 순간,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 작은 빨간 버튼, REC.
그것은 단순한 버튼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압축한 상징이었다.
“이 순간을 붙잡아 두고 싶다.”
“지금 흐르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사회는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욕망을 약간 비웃는다.
우리가 녹음한 노래에는 언제나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DJ의 마지막 말.
광고의 시작.
혹은 누군가가 문을 여는 소리.
그래서 우리의 음악에는 항상 세상이 조금씩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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