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시계공

선(善)과 악(惡) 사이에서 작동하는 세계의 오차

by 구시안

하나의 큰 시계를 돌리고 있는

시계공을 생각한다.


그 존재를 부정할 수도

그렇다고 이렇게 큰 우주의 시계를

혼자서 움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산수계산을 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의 시계는 다르기에

그 모든 충족을 위해 시계공이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 것인가.


무한에 이룰 수 있다고 믿거나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

출발할 단 하나의 항구가 필요하듯

해가 질 무렵 거리를 느리게 걷다가,

사물의 조합이 이룬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나는 가끔 강렬한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거리와 현란한 간판들.

직업이 다른 사람들.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모든 것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나아가고

길을 열어간다는 사실에

나는 가끔 충격을 받는다.


나는 이 시계공이

불완전하다거나 자애롭지 못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 시계공은

미적 감수성 역시 지성의 한 분야라고 보며

음악이나 회화,

시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일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 결함이 있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세상의 지배 과정을 조작하는

시계공의 비밀스러운

전체적인 차원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는 우월한 지성들에게만

똑같은 시간을 부여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지성적인 창조자인 시계공이

무한한 선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래,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기로 한다.


세상에 있는 악의 존재를 보면서

누군가는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들의 시간을

이 시계공은 만들어주고 있다.

나는 그저 시계공이 자애롭지 못하다는 것에

동의하기로 한다.


선의에 의심을 품는 데는

알 수 없는 치통 하나로 충분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 시계공을 신이라고 부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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