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보통 사람이다

아무도 아닌 사람들이 만든 세계

by 구시안

대중은 얼굴이 없다.

아니, 너무 많은 얼굴을 가져서 하나의 얼굴로 수렴되지 않는다. 그들은 아침마다 같은 방향으로 흐르면서도 서로 다른 꿈의 파편을 씹어 삼키고, 저녁마다 같은 피로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진다.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하루를 접고, 누군가는 소음 속에서 자신을 잃는다. 그러나 그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결국 보통사람이다. 아주 작고, 아주 연약하며, 동시에 무심할 만큼 단단한 존재.


보통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무섭다. 그들은 역사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든 역사의 배경이며 토양이다. 혁명은 몇몇의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그 혁명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름 없는 수천, 수만의 보통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내일을 위해, 또는 아무 이유 없이 오늘을 견디는 존재일 뿐이다.


살아가며 보통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들 중 하나가 불편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이다. 살아가는 구조 안에 포함된 일이기에, 선택하지 못하는 관계가 있기 때문에, 불편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 사실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기준에 맞지 않는 보통의 이유로, 누군가는 솔직함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에겐 무례함일 수 있고, 누군가의 거리감은 다른 사람에겐 차가움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불편함은 틀림이라기보다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내가 지쳐 있을 때는 더 거슬리고, 여유가 있을 때는 넘길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불편함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부딪히는 부분일 수도 있는 그 반복적인 만남이 주는 보통의 시간에 우리는 대중이라는 이름의 보통 사람이 되어 갈 뿐이다.


대중은 늘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구성한다.

텔레비전의 빛, 광고의 속삭임, 거리의 표정들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조립한다. 그리고 그 조각난 자아를 진짜라고 믿는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모든 소음이 꺼질 때, 그들은 문득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공허에 닿는다. 그 공허는 무섭지 않다. 오히려 익숙하다. 너무 오래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 거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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