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을 내려놓는 시간에 대하여
세상은 너무 많은 장식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포장한다. 말은 리본처럼 묶이고, 표정은 유리 진열장에 놓인 물건처럼 조심스럽게 배열된다. 우리는 삶을 살기보다 그것을 전시한다. 전시된 삶은 반짝이지만 오래 숨 쉬지 못한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꾸민다는 것은 결국 두 겹의 그림자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하나는 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한 그림자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에게 감추기 위한 그림자다.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는 짙어지고, 사람은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진다. 그때부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어쩌면 삶은 장식보다 결핍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꾸미지 않는 삶은 빈 방과 닮아 있다.
처음 들어갔을 때 그 방은 다소 쓸쓸하다. 벽은 말을 하지 않고, 창문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방 안에는 묘한 숨결이 생긴다. 먼지들이 천천히 떠다니며 낮은 빛을 받아 작은 별처럼 반짝이고, 바람은 오래된 종이 냄새를 흔들어 놓는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비어 있는 공간이야말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화려한 문장보다 조금 삐뚤어진 단어들을 좋아한다.
세련된 어휘가 아니라, 마치 오래된 서랍에서 발견된 단어들. 예컨대 ‘사소한 우울의 먼지’, ‘느릿한 고요’, ‘사색의 퇴적물’, 그런 말들이다. 그것들은 세상의 표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깊은 곳에서는 오래 머문다. 꾸미지 않는 삶도 그런 언어와 닮아 있다. 반짝이지는 않지만 오래 남는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꾸며야만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사회는 늘 광택을 요구하고, 우리는 무심코 자신의 존재에 광을 낸다. 그러나 지나치게 닦인 금속은 차갑다. 너무 매끈한 얼굴은 어느 순간 낯설어진다. 꾸미지 않는 삶은 그 차가움을 조금 덜어내는 방식이다. 거칠고 느슨한 결을 그대로 두는 것, 그 결 속에서 숨 쉬는 작은 불완전들을 허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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