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여행

내가 바라보는 도시

by 구시안




Snow storm in Paris!.jpg



끝없는 추적의 시간은 도시 안에 계속되고 있었다.





하얀 세상이었다. 눈보라가 모든 흔적을 삼켜버린 대륙 위, 한 대의 기차는 시간의 금을 긋듯 지나가고 있었다. 그 철로는 단지 목적지를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망과 추적, 고백과 침묵이 한데 얽힌 인간들의 궤적이었다. 그 안에는 각자의 비밀을 짊어진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누군가는 도망치는 자였고, 누군가는 쫓는 자였으며,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손에 들린 핸드폰을 보며 웃고 있었다.



기차는 마치 고백을 강요하는 설법자처럼 달렸다. 창밖의 설원은 순결했지만, 안의 공기는 썩은 진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각자의 죄를 되새겼다. 차가운 쇠의 진동은 점점 긴장으로 변해갔다. 누군가는 거짓을 품었고, 누군가는 진실을 의심했다. 마치 폭설 속 희미한 도시의 불빛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범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정의를 쫓았다. 그러나 기차가 달릴수록, 그들이 쫓는 것이 진실인지, 혹은 자신이 감추려던 죄인지 점점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하지만 눈 아래 묻힌 피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도시의 설원은 침묵 속에서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객실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온기는 누군가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차창 밖으로는 흰 세상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한가운데를 가르며 달리는 열차의 심장은 묘하게 불규칙한 리듬을 내뿜었다. 회색 하늘 아래, 도시의 거리들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얼어붙은 도로 위를 스치고, 출근길 행인들의 발걸음은 눈 위에 남겨진 흔적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모두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자신의 목적지를 완전히 알지 못했다.



카페 안, 따뜻한 증기 속에서 손을 녹이는 사람들은 휴대폰 화면 속 알림과 뉴스에 숨을 묻고 있었다. 그 사이, 몇몇은 어둠 속 비밀을 쥔 채 누군가를 쫓고, 누군가에게 쫓기며, 모두가 자신의 눈빛 속에서 작은 공포와 불안을 감추었다. 비극은 멀리 있지 않았다. 도시 안의 들려오는 모든 것이 비극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그들의 발자국 속에, 그들의 선택 속에, 그들의 눈빛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내리게 하고, 불빛을 켜두며, 사람들을 달리게 했다.



광장 한쪽, 불빛 아래 서 있는 사내는 발밑의 얼음을 피하며 서류 봉투를 쥐었다. 그 안에는 도시의 이름과 권력의 비밀, 그리고 누군가의 죄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범인의 그림자를 찾듯, 시선만으로도 사냥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릴 때마다, 사람들의 얼굴은 잠시 흔들리며 낯설게 바뀌었다. 누군가는 분주하게 전화를 하고, 누군가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일 없는 듯 커피를 마셨지만 그 모든 일상이 범죄와 진실, 그리고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톱니바퀴 위에 있었다.



거리에는 겨울바람이 불어와, 코트 자락을 날리고, 머리칼을 날리며 모든 걸 스쳐 지나간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이 믿는 정의를 좇고, 누군가는 이미 지은 죄를 숨기고, 누군가는 그저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다. 그리고 한 골목, 한 건물의 그림자 속, 이제 막 시작되는 추적과 고백의 순간이 숨어 있었다.



도시는 끝없이 바쁘고, 사람들은 끝없이 달렸다. 그러나 그 바쁜 발걸음 속에서도, 비극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따라왔다. 눈이 내리듯 소리 없이 스며드는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모두가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진실인가, 죄인가, 아니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함인가. 그 누구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도시는 계속해서 비극으로 달리고 있었다. 도시는 거대한 기차처럼 달린다. 비극으로 향하는 궤도 위에서,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멈춰 선다. 그러나 끝은 없다.


눈은 내리고, 불빛은 흐르고, 사람들은 또다시 출발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진실일까, 혹은 단지 또 다른 하루일까. 도시는 오늘도, 비극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여행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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