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08.
몇 번씩 같은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여름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변화무쌍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고, 다시 무지개가 뜨는 건 기본이니 이번엔 논외로 하겠습니다.
제게 여름은 랜덤박스 같은 계절입니다.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적이 없었죠.
지금까지 31개의 여름을 보내고 있으니,
제겐 31개의 얼굴을 가진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년 이맘때의 저를 생각해 보면
이직하고서 적응하랴, 수주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랴
여름이 온 줄도 모르고 지나갔었습니다.
이번 여름을 또 시작부터 달랐죠.
크로아티아로 여름을 마중 나갔던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피부를 굽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2년 전, 3년 전은 똑같은가요?
모든 여름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죠.
뭐, 변하지 않은 건 '여름은 덥다'라는 온 우주의 기운이 담긴 의지 정도?
네,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억지로 뻔한 여름을 만들 수도 있긴 합니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고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면 만나는 뜨거운 태양과 욕지거리를 한 번 주고받고,
출근해 일하고 점심 먹고 시간 때우다가 퇴근해 저녁 먹고 유튜브 보다 자는,
그렇게 지난한 여름을 보내는 방법도 있겠죠.
비유하자면, '여름 죽이기'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데 그 하루가 정말 뻔한 여름날이었을까 싶습니다.
어떤 날은 그래도 기분 좋게 신경 쓴 옷을 입고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나오자마자 지하철 타기 전에는 쨍쨍하던 하늘이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질 수도 있을 것이고,
정말 특별한 날에는 우연히 먹은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어서
하나 더 먹는 어른만의 사치를 부릴 수도 있겠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어떤 날도 뻔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똑같은 하루가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냥 반복되는 하루에 지친 우리가 가졌던 착각은 아니었을런지.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뻔한 여름을 보낸다하더라도
우리는 이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 하루라로 다른 점을 찾아서 기억한다면
그 날은 뻔하지 않았던 날이 될테니.
그저 그런 지난한 여름이 아닌
특별했던 지난 한 여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도, 저에게도 뻔하지 않은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