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ch Nov 12. 2018

World Now / Spring

아트인컬처 2018년 2월호 'World Now'

‘World Now’는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린 주요 전시를 엄선해 소개하는 새로운 코너. 정보 과잉 시대를 사는 독자에게 알짜배기 해외 미술 정보를 전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분기별로 4회에 걸쳐 미술계를 달굴 ‘핫’한 전시를 지면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아트씬의 판도를 제대로 읽고, 미술의 축을 움직이는 진짜 주역이 누군지 가늠해보는 자리기도 하다. 봄 시즌에는 홍콩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를 거쳐 암스테르담 쾰른 베를린 멕시코 뉴욕 시드니 멜버른 보스턴으로 여행을 떠난다. 12곳에서 열린 13개의 전시에는 미술 담론의 동향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첨예한 이슈가 잘 반영되어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정체성에 관한 성찰. 지구촌 곳곳에서 불거진 정체성 논쟁이 미술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거대 구조 속에 억압된 소수자의 목소리를 가시화하려는 움직임이 날 선 주제의식을 담은 작업과 만나 공명한다. / 한지희 기자


'월드 나우' 스프링 에디션 첫 페이지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Alex Prager> 1. 18~3. 17 리만머핀갤러리 / 미국 작가 알렉스 프레이저(b. 1979)는 할리우드 영화, 실험영화, 스트리트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참고한다. 리만머핀갤러리 개인전에는 사진과 조각 신작을 최초로 공개했다. 가상과 현실은 언제나 명확히 구분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프레이저의 작업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을 터. 작가는 여러 이미지를 과감히 잘라내거나 중첩하고, 축소하거나 확대해 비현실적일 만큼 인위적인 시점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미지가 전달하는 서사 역시 무척 연극적이다. 이번 신작에는 특유의 연극적 서사성을 부각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을 담았다. 이런 모호함은 사진이 언제나 현실을 충실히 재현한다는 선입견을 뒤흔든다. 대표작 <Hand Model>에 재현된 거대한 여성의 손을 보라. 작가는 극단적인 앵글에 잡힌 이 손을 전시장 벽을 뚫고 나오는 동명의 조각 작품으로, 또 다른 신작 <Star Shoes> 속 디테일로 재현했다. 관람객은 크기를 달리해 전시장 곳곳에 등장하는 손을 발견하고 보이는 무엇이 현실 그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현대인은 매일 광고 뉴스 소셜미디어가 재생산하는 엄청난 양의 시각정보에 노출된다. 그러나 대상을 볼 때 시각정보가 머릿속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곱씹지 않는다. 프레이저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 즉 우리가 대상을 지각하는 신체 반응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가 구사하는 육감적이고 풍부한 색채는 전시장에서 ‘본다’는 경험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알렉스 프레이저 개인전(좌), 알리시아 크와데 개인전(우)


이성으로 이성을 다시 사유하다 <Alicja Kwade: ReReason> 2017. 12. 17~4. 1 유즈미술관 / 폴란드 출신 작가 알리시아 크와데(b. 1979)가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 첫 아시아 개인전을 열었다. 유즈재단 소장 설치작품 5점을 포함한 총 24점을 선보였다. 크와데는 평범한 오브제를 모아 불변의 진리처럼 보이는 사회 구조에 질문을 던진다. 이지적이고 절제된 작업에는 공간, 시간, 과학과 철학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전시 제목 <ReReason>은 ‘다시’를 의미하는 라틴어 접두사 re를 이성(reason)이라는 영단어에 붙인 것. 당연시되는 현상이나 절대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은 논리를 되새겨보자는 의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그의 작업은 역설적으로 복잡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는 정교한 수학적 계산을 수반한다. 그는 작품의 제목으로 수학 용어를 사용하면서, 수리로 대유된 이성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Saga(Spira Mirabilis)>는 수학 개념을 시각화한 대표작. 소용돌이 모양의 작품은 나무 철 등으로 만든 얇은 판 여러 개를 둥글게 구부려, 중앙의 한 점에 수렴하도록 로그함수 비율에 맞춰 정렬한 작업이다. 작가는 익숙한 재료로 자연현상을 구현하면서 관객이 ‘이성’을 다시 한번 지각하도록 유도한다.




마이크 켈리의 기묘한 이야기 <Mike Kelley: Day Is Done> 1. 8~3. 31 와타리움미술관 / 마이크 켈리(1954~2012)는 퍼포먼스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미국 대중문화에 뿌리 박힌 소수자 차별 억압 젠더 등의 이슈에 천착했다. <Day Is Done>은 켈리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기 위해 와타리움이 기획한 시리즈 전시의 첫 번째 전시. 동명의 프로젝트를 포함한 켈리의 대표작이 대거 공개됐다. 오컬트나 외설적인 것을 즐겨 다뤘던 초기작도 전시에 포함됐다. 작가는 기묘하고 수상쩍은 인물을 내세워 문화 또한 임의로 조작될 수 있음을 폭로했다. 


더 새로운 사운드를 향하여 <Tarek Atoui: The Ground: From the Land to the Sea> 3. 24~6. 24 싱가포르NTU현대미술관 / 레바논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 타렉 아투이(b. 1980)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는 소리와 악기의 정의를 성찰하고, 악기의 개념이 작곡, 공연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지 고민한다. 이번 전시에는 광저우에서 처음 공개한 <The Ground>를 재편해 선보인다. 도자기로 만든 레코드판이나 조작된 메트로놈, 모터가 달린 활 등이 자동으로 내는 소리는 관객이 소리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안내한다.


마이크 켈리, 타렉 아투이 개인전(좌), 스테판 체레프닌 개인전(우)


털북숭이 괴물, 미술관을 장악하다 <Stefan Tcherepnin: The Mad Masters> 1. 27~6. 3 스테델릭미술관 / 미술관에서 열린 스테판 체레프닌(b. 1977)의 첫 개인전으로 작가와 스테델릭미술관이 오랜 기간 협력했다. 1층 큰 전시실에 털북숭이 괴물 네 마리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괴물은 체레프닌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털이 북실북실한 괴물의 외형은 관객의 촉각을 일깨운다. 개념적 성격을 강요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에 반기를 드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서 괴물은 디오라마에 갇혀 전시장 가운데 매달린 구조물의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 만화경 같이 생긴 유리 구조물은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광대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 전시장 벽에 상영되는 <Mad Masters>는 괴물이 4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겪은 일과 여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모험의 끝에 괴물은 한겨울 스테델릭미술관에 도달한다. 캐릭터 서사 음악 배경 등 영상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는 매끄럽게 조응하며, 언어적 소통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총체적 경험을 전달한다. 시각예술가이자 음악가이기도 한 체레프닌은 작가, 음악가와 협업하기를 즐긴다. 이번 영상을 위한 음악은 작가와 함께 익시스텐셜 블로우피시(Existential Blowfish)라는 밴드로 활동하는 루이스 블랑카르드가 작곡했다.




몰입의 즐거움 <James Rosenquist: Painting as Immersion> 2017. 11. 18~3. 4 루드비히미술관 / 지난해 3월 서거한 미국 팝아트의 대표작가 제임스 로젠퀴스트(1933~2017)의 사후 첫 회고전이 열렸다. 광고판을 연상시키는 1960년대 초기작부터 자전적 주제를 다룬 1970년대 작업, 천체 현상을 시각화한 말년의 작품까지, 로젠퀴스트의 60여 년 화업을 조망한다. 작가는 생전 전시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전반적인 콘셉트와 출품작을 결정했다. 전시 제목 <Painting as Immersion>는 그의 예술관을 집약한다. 제목의 의미처럼, 관객은 거대한 캔버스에 에워싸여 ‘회화에 푹 빠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로젠퀴스트는 동시대 사회적, 정치적 사건에 관심을 두고, 관련 자료를 작품 구성 요소로 녹여냈다. 전시의 관전 포인트는 루드비히미술관 소장품 <Horse Blinders>(1968~69)와 작가 소장품 <Horizon Home Sweet Home>(1970). 카스텔리갤러리를 위해 제작한 거대한 캔버스 작품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밖에 MoMA, 퐁피두센터 등에서 그의 대표작이 총출동했다. 소재로 차용한 《라이프》지 광고 원본, 이를 콜라주한 모델 등 지금껏 공개한 적 없는 아카이브도 소개한다.


제임스 로젠퀴스트 개인전




부재하는 것들에게 바치는 영상 <Arthur Jafa: A Series of Utterly Improbable, Yet Extraordinary Renditions> 2. 11~11. 25 율리아스토셰크컬렉션 /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촬영감독 아더 자파(b. 1960)의 첫 독일 개인전. 율리아스토셰크컬렉션과 런던 서펜타인갤러리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 전시는 아더 자파의 영상, 사진, 기록물을 엮어 하나의 설치작품처럼 소개한다. 자파는 지난 30여 년간 작품을 통해 정체성과 인종에 대해 섣불리 추측하는 태도가 문화적으로 만연해있음을 고발했다. 그는 이러한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 영상, 설치작업부터 교육적 퍼포먼스에 이르는 역동적이고 다학제적인 작업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객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미국 문화에서 흑인음악만큼 위상이 있다고 할 만한 흑인의 시각문화가 있다면, 그 미학적 특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그리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작가는 전통적으로 시각문화가 재현하는 ‘흑인 문화’는 흑인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출품작 <Love is the Message and the Message is Death>는 미디어에 반영된 ‘흑인의 삶, 흑인 문화’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꼬집는 작품. 자파의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특유의 쇼트 편집, 시퀀스 병치 방식은 이미지를 볼 때 느끼는 직관적인 감정을 극대화한다. 이번 전시에는 흑인 작가 밍 스미스와 프리다 오루파보가 촬영한 사진, 미실라니우스가 올린 유튜브 콘텐츠도 다수 포함했다. 이들의 작품은 아더 자파가 의도하는 ‘아프로-아메리칸 미학 정의하기’에 힘을 실어준다.


아더 자파 개인전(좌), 존 발데사리 개인전(우)


발데사리의 미술-읽기 수업 <Learning to Read with John Baldessari> 2017. 11. 11~4. 8 후멕스미술관 / 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존 발데사리(b. 1931) 회고전. 미국의 개념미술가 발데사리는 이미지와 언어가 어떻게 호응하는지, 미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해되는지를 밝히는 데 천착했다. 그는 시각적인 말장난, 단어 게임, 인용구나 지시문 같은 장치를 이용해 철학적 주제를 재치 있게 작품에 녹여냈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 지시적 회화나 사진 콜라주, 텍스트에 기반을 둔 작업 등 80여 점이 출품됐다. 먼저 작품을 제목의 알파벳 순서대로 배치한 전시 구성이 눈에 띈다. 작가는 주제 또는 시대별로 작품을 배열하는 회고전의 전통적 방식을 탈피해,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을 신선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작품의 의미를 숙고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26장의 믹소그라피아 판화 연작 <ABC Art(Low Relief): A/Ant, Etc.(Keyboard)>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작업. 처음 알파벳을 배울 때 접할 법한, 철자와 그림을 결합한 이미지를 키보드 레이아웃 그대로 배열했다. 이처럼 발데사리는 지도법, 학급, 평가 등 교수(敎授) 방식과 관련한 주제를 빈번히 다뤘다. 전시장 내부를 가르는 가벽 역시 전시구성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높낮이가 서로 다른 벽은 관람객의 시선을 아래위뿐 아니라 대각선으로도 유도한다. 이러한 장치 덕에 관람객은 한 시점에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자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내놓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관람객은 다양한 장치의 도움을 얻어 발데사리를 ‘읽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작업을 시도하게 된다.




전복을 위한 청춘의 노래 <Songs for Sabotage> 2. 13~5. 27 뉴뮤지엄 / 오는 13일 네 번째 트리엔날레를 개최한다. 뉴뮤지엄 큐레이터 게리 캐리온 무라야리(Gary Carrion-Murayari)와 마이애미현대미술연구소의 수석 큐레이터 알렉스 가르텐펠트(Alex Gartenfeld)가 기획을 맡았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모인 2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대부분의 참여작 가는 이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미국에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이미지를 이용해 사회를 구조화하는 힘과 문화를 결부시켜왔는지 질문한다. 도시, 인프라, 일상에 내재한 모든 네트워크의 양상 속에 우리가 공통으로 경험했을 만한 사건을 다룬다. 기존 사회구조의 기제를 밝히는 과정에서 작품은 필연적으로 프로파간다로서 기능한다. 참여작 가는 오늘날 전 세계의 청년층에게 강요되는 정치적, 경제적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때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요소는 정체성의 역할. 그들은 특정한 지역적 맥락에 깊게 관여하는 한편 자신들을 연결하는 국제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또 이를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공유한다. 권력 구조에 대한 알레고리 회화, 거대한 기념비를 파괴하기 위한 대안적 조각, 일상 속에서 조금씩 더 영향력을 뻗쳐나가는 프로파간다적 영상 등이 하나의 주제의식에 공명하며 앙상블을 이룬다.


<Songs for Sabotage>전(좌), 얀 보 개인전(우)


얀 보의 고백 <Danh Vo: Take My Breath Away> 2. 9~5. 9 구겐하임미술관 /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 얀 보(b. 1975)가 미국에서 개최하는 첫 번째 개인전. 신작을 포함해 15년 간 발표한 작업 100여 점을 선보인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미술관의 시그니처인 나선형 계단에 방대한 양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얀 보는 종교나 식민주의, 자본주의, 작가의 저자성 등을 작품의 주제로 다뤄왔다. 그의 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거대 서사를 사적인 개인사로 범위를 좁혀 다루는 이야기 전달 방식. 작가는 개인적인 만남이나 인간관계와 관련한 오브제, 기록자료, 이미지를 수집한 뒤 해체, 재조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식민주의의 유산과 난민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한다. 그는 유럽 국가와 미국이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거나 기독교 포교와 소비재 브랜드 등을 통해 미친 문화적 침투의 영향력을 면밀히 살핀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주요 사건을 선정했다. 각 사건과 관계된 설치 사진 회화 드로잉 작품이 전시장에 등장한다. 헨리 키신저가 작가의 가족에게 보낸 감사 편지, 베트남 평화협정 서약 장소에 달려있던 샹들리에 등 이전 소유자에 대한 서사나 특정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오브제를 작품의 재료로 이용했다.




회화-설치의 스펙터클 <Katharina Grosse: The Horse Trotted Another Couple of Metres> 1. 6~4. 8 캐리지웍스 / 독일 작가 카타리나 그로스(b. 1961)가 호주의 복합문화공간 캐리지웍스에 대규모 신작을 선보였다. 이 장소특정적 설치미술은 캐리지웍스의 내부 건축 환경과 조응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캐리지웍스는 열차 보관소이자 산업용 대장간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문화공간. 재건축 과정에서 철골, 벽돌 구조를 드러내고 보완하여 산업 공간 특유의 분위기를 살렸다. 작가는 철골 구조에 8,250㎡의 천을 매달아 공간 전체를 감쌌다. 채도 높은 색으로 물든 천은 구조물을 가로질러 여러 겹으로 쌓이거나 겹치면서 하나의 커다란 회회 작품이 됐다. 만화경 같은 색채와 장대한 규모는 그로스 작업의 대표적 특징. 캔버스, 종이 등 일반적인 매체와 함께 작가는 지속적으로 건축 공간 자체를 회화의 매체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전통적인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공간을 뒤바꾼다. 공간에 들어온 사람은 전통적 의미의 관객이자 참여자가 된다. 관람객뿐 아니라 그로스도 이러한 회화 작업 과정에서 몰입을 경험한다. 작가는 에어스프레이건을 이용하여 건물이나 대상의 표면에 직접, 또는 바탕천에 안료를 뿌린다. 안료는 공간의 윤곽과 질감을 강조하며 다차원으로 시각을 자극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가는 숭고한 미적 체험을 유발하는 별세계의 환경을 만든다.


카타리나 그로스 개인전




NGV의 야심작, 제1회 국제트리엔날레 <NGV Triennial> 2017. 12. 15~ 4. 15 빅토리아국립미술관 / 빅토리아국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국제 미술디자인트리엔날레가 열려, 32개국 100여 명의 작가와 디자이너가 대표작을 선보였다. 영상 회화 설치 디자인 등 전통적 예술 매체부터 3D 프린팅, 로봇 같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작업이 출품됐다. 여타 국제 전시와 달리 전 작업을 아우르는 단일한 주제가 없다는 점이 특징. 개별 작품에는 세계화 난민 문제 기계문명 등 동시대의 주요 이슈가 담겨있다. 주최 측은 전시를 위해 작가들에게 20점의 신작을 의뢰했다. 호주 출신의 조각가 론 뮤익의 기념비적인 설치작업 <Mass>도 그중 하나. 전시장에 설치한 100여 개의 해골은 무게만 해도 5t에 달한다. 시각 문화사에서 해골은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는 대표적인 상징. 작품 설치장소가 역사화 전시실이라는 점은 작업에 내재한 주제의식을 절묘하게 강조한다. 쉬 전의 대형 불상 조각도 주최 측의 의뢰로 만들었다.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조각 모조품 사이에 뉘인 불상은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는 현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다. 또한 동서양 작가가 두루 참여한 이번 트리엔날레를 기념하는 의미도 담았다. 이밖에도 아델 아비딘, 하산 하자즈 등 중동 출신 작가의 이름도 눈에 띈다.


NGV Triennial(좌), <Art in the Age of the Internet, 1989 to Today>전(우)


인터넷 이후의 동시대 미술 <Art in the Age of the Internet, 1989 to Today> 2. 7~5. 20 보스턴현대미술연구소(ICA Boston) / 인터넷 문화가 동시대의 시각문화에 미친 파급효과를 탐구하는 기획전. 미국에서 해당 주제로 기획전이 열리는 건 처음이다. 전시기획은 에바 레스피니(Eva Respini), 바바라 리(Barbara Lee), 제프리 드 블루아(Jeffrey De Blois)가 맡았다. 작가 60명의 작품 70점을 5가지 주제로 구분해 전시한다. 몸과 인간의 개념, 감시와 저항의 장인 인터넷 공간, 이미지와 정보의 유통과 통제, 가상공간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의 정체성,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각정보의 경제. 큐레이터 에바 레스피니는 이 전시가 “인터넷 시대 이전의 작가와 현세대 작가가 개척해낸 아이디어를 연계하는 중요한 이음새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출품작 중 가장 오래된 작업은 1989년 팀 버너스-리가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한 해에 만들어졌다. 전시는 인터넷의 발전과 그 이후 도입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핀다. 백남준, 하룬 파로키 등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작가부터 히토 슈타이얼, 차오 페이, 까미유 앙로, 에드 앳킨스 등 디지털 매체와 여기서 파생된 시각 어법을 빠르게 흡수한 작가가 대거 참여했다.


원고 작성, 편집: 한지희

감수: 김재석

디자인: 이주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