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컬처 2018년 12월호 'Special Feature' #3
작가, 미국 조지타운대 회화과 교수. 1954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캘리포니아예술대학 회화과 학사, 메릴랜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화가로서 서울과 미국에서 수차례 개인전, 단체전을 가졌다.
발로 뛴 북한, 조선화 연구의 일인자
올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함께 동시대 북한 미술계를 엿볼 기회가 두 차례 찾아왔다. 문범강 교수가 8년째 조선화를 연구하며 직접 북한의 창작사를 방문해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한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를 펴냈고, 광주비엔날레에선 조선화 기획전을 선보였다. 조선화는 북한에서 동양화가 발전한 양상으로, 색을 많이 쓰며 입체적이고 명암대비가 뚜렷하다. 특히 강한 붓질로 표현한 사실적 인물 묘사를 추구한다. 작가인 그는 2010년 워싱턴에서 우연히 조선화를 접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표현과 특이한 발전 양상에 매료됐다. “남이 안 하는 걸 하려는 태도가 예술가의 특질인 만큼 이 분야 연구자가 없다는 점에 끌렸다.” 연구를 시작한 뒤로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로서 미술사의 한 분야를 차지하도록 학문적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사명을 갖게 됐다.”
2011년부터 9차례 평양에 다녀와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강연을 했는데, 작년 7월 아트선재 강연을 인연으로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대표이사의 제안을 받아 북한 미술전을 기획하게 됐다. 남한에서 북한의 주제화와 집체화가 소개된 적은 이번이 최초다. 그는 “조선화의 위용”을 보여 주고자, 대규모 집체화 6점을 포함해 22점의 진품을 북경에서 공수했다. 비엔날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작품 배송, 배접, 표구, 강화유리 케이스 설치까지 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애초에 ‘북한’ 미술에 대한 우려로 정부 차원에서도 통제가 심했다. 언론에서는 흥미로워하지만, 제대로 된 비평이나 담론을 생성하지는 못했다. 수많은 역경에도 그는 “사람들이 식견을 넓히고 좋은 작품을 봐서 조선화를 공정히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며, 굳은 연구 의지를 내비쳤다.
전 세계에 조선화를 알리는 것이 목표이므로 그는 비엔날레 출품작을 범주화하고 주석을 붙인 영문 도록을 따로 만들었고, 내년 초에는《평양 미술》 영문판을 출판할 예정이다. 북한 미술의 모사나 위조, 컬렉션 문제를 다룰 새 책 내용도 구체화해 뒀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남북 시각문화교류사업의 자문을 맡았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돼 “직접 그림을 보고, 작가와 만나고, 이 사회를 겪어 봐야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럴 때 현재의 조선화 담론 부재 현상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언젠가 ‘조선화-학계’ 형성을 꿈꾸며, 그는 오늘도 화장실 갈 새도 없이 도서관에 파묻혀 있을 테다.
원고 작성: 한지희
교정 교열: 김재석
디자인: 진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