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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Oct 17. 2021

천도교중앙대교당 162-40시일식

2021년 10월 3일 [개벽통문-204]


1. 10월 3일 개천절, 포덕162년 제40 시일식이 봉행되었습니다. 윤태원 서울교구장이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른 시일식 봉행의 절차를 안내하고, 경리부장 선암 정보택 동덕의 집례로, 혜현당 장희수 동덕의 피아노 반주로 혜심당 이춘희 동덕의 청수봉전(청수봉전가), 심고, 주문3회병송(독창 김대부 동덕) 규암 김학규 순회교사의 경전봉독 (안심가 5-6절) 천덕송독창(제3장 안심가 3-4절, 정소연 동덕), 설교(남과 같이 수도하소, 윤암 양윤석 순회교사, 천덕송독창 (송가 개벽행진곡, 독창 김대부 동덕), 심고, 폐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 식후 중앙대교당100주년 기념사업(우리은행 1005-903-459410 천도교중앙총부), 연월성미 납부 안내, 여성회본부 고춧가루(남해산) 주문 판매 등에 대해 안내하였습니다. 특히 서울교구장을 역임하시고, <동경대전 주해> 등 동학-천도교의 교서에 대한 여러 주해서와 연구서를 펴냈으며, 동학-천도교 강연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계시는 현암 윤석산 선도사의 내수도, 고 현수당 양현순 선도사가 9월 28일 저녁 6시 10분 향년 70세를 일기로 환원하신 소식을 소개하였습니다. 


4. 이날 중앙대교당 시일식에는 쿠바에 거주하면서 천도교 신앙을 하시고, 상해 임정에 독립운동자금을 송금한 임천택 선생의 증손이며, 쿠바 혁명 당시 카스트로의 동지이기도 했던  헤로니모 임 김의 손자 임***씨가 방문하여 함께 시일식을 봉행하고, 시일식 후 교인들에게 인사하였습니다. 임**씨는 "유서깊은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천도교인들과 함께 시일식을 봉행하게 되어서 기쁘고 영광이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자주 천도교인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씨는 부산외대 학사 졸업 후 충남 지역의 한 대학에서 AI관련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4. 이날 양윤석 선도사는 "남과 같이 수도하소"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수운 선생이 지은 <용담유사>의 <도수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말씀은 얼핏 '남과 다르지 않게' 혹은 '남이 부지런히 하는 만큼 여러 분도 부지런히'와 같이 유별나지 않음 혹은 남에게 뒤지지 않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양윤석 선도사는 아마도 수운 선생이 이 글을 발표할 당시의 기본적인 의미는 그러하였을 것으로 봅니다. 이때 '(남과)같이'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이라고 할 때의 여(如)의 의미로서 '~처럼' '~만큼'의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남과 같 이 수도하소"는 다른 한편으로 "남과 더불어 함께 수도하소"의 의미로 읽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같이'는 '함께[共]'의 의미로서, "여천지 합기덕(與天地合其德)"이라고 할 때의 '여(與)'로서 '더불어, 함께'의 의미가 됩니다. 이때는 수도(修道)를 

(1)교단이 정한 의례 절차를 벗어나거나 어기지 말고, 혹은 

(2)혼자서도 대오각성할 수 있으나 스승님의 가르침이나 선배들의 조언과 경험을 참조하여 수용하면서 

(3)스승님, 선생님(선배)도 모르는 도법을 저 혼자 알았다고 떠들면서 결국 난법난도의 길로 나아가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의미가 강조됩니다. 이러한 수도를 위해서는 

(4) 집단 수련교화의 장인 시일식 등을 통해 도심이 깊어지는 데 주력함으로써, 독선으로 빠지고 독단으로 흐르는 경향을 경계하면서, 

(5) 남과 더불어 교단(신앙) 공동체를 이루어 조화, 배려, 경청의 태도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6) 다시 말하면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 일용행사 속에서의 수도, 수행, 수양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강조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7) 이런 점에서 천도교 초기(1910년 전후)에 '개인 영적(靈迹)'보다 '기관(機關)영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던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천도교 신앙과 수도의 기본 정신은 사람과 더불어 시대와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고 이웃 사람[동덕]과 더불어 함께 만들어 가려는 것이라는 천도교 신앙의 특성을 이로써 알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9) 또 하나, 양윤석 선도사는, 이 구절의 이러한 해석을 통해서, 경전 해석/해의는 하나의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어 나갈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열린 해석 가능성'을 사람마다 제각각 해석될 수 있다거나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식으로 무차별적인 확대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오늘날 천도교인/단의 상황을 보건대 차라리 상반된 해석의 대립이 있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덧붙입니다. 그러한 상반된, 대립적 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다는 건 그만큼 경전 공부가 치열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이건 아마도 오늘날 천도교단 내부가 이러한 공부와 관련된 사항으로 대립과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문제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안타까움의 발로이겠지요.) (10)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 하는 스타일의 설교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5. 이 날 봉독한 경전 안심가 중에서는 "세상의 인심(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승기자(勝己者) 싫어한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과연한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분야의 사람들, 혹은 태생적으로 자기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내 주변의 사람,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데 익숙하고, 그 사이의 우열관계에 더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 비교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을 흠모하고 칭찬하는 경우보다는 질시(嫉視)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생각건대, 이런 마음이 없다면 그야말로 목석과 같은 사람이요, 또한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마음이야말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고, 또한 사람을 잘게 만드는, 혹은 '잔 사람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아닐까 합니다. '승기자 싫어하는 마음'을 '승기자를 칭찬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돌이키는 것이 일상생활 속의 수도의 요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때 '승기자'를 '나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이라고 해석해 보았습니다. 이때 승기(勝己)는 극기(克己)의 의미가 될 테지요. 공자님도 나를 이기고 예에 돌아옴을 인(仁)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인(仁)이란, 유교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바, 극기복례란 그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러니 '나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누구나 품는 목표일 테고, 또 누구나 '나 스스로를 이기지 못한 일'로 말미암아 숱한 좌절감을 맛보았을 테지요. 극기복례가 인에 도달하는, 인을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보면, "나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은 결코 췌언이 아닌 셈입니다. 그러므로 이때의 예(禮)라는 것도 고리타분한 유교'적' 허례허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하는 자기 규범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6. 이날 시일식 후 양윤석 선도사님으로부터 설교 원고를 기증받았습니다. 지난 시일 고태형 선도사님의 설교 원고도 기증 받았습니다. 컴퓨터로 프린트한 것이지만, 곳곳에 마지막까지 수정한 표시가 남아 있습니다. 소중히 간직하고 보존하여 나갈 예정입니다.


7. 이날도 참 좋은 가을하늘, 교당 앞마당에 시일식을 마친 교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담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춘성 선도사(전 종학대학원 원장)님과 거의 2시간 가까지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인들도 점심식사를 하러 가셨다가 끝나고 돌아오실 때까지, 그리고 다시 그분들마저 돌아가시고, 아무도 없게 될 때까지 교당 앞마당에서 길고 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것들도 언젠가 소개할 날이 있기를 기약합니다. 마지막 인사는 이러했습니다. "다음에 만나서 다시 계속 얘기하시지요.. ^^." (자료사진은 '임천택' 선생의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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