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6일 [개벽통문-203]
1. 포덕162년 제39 대교당시일식이 봉행되었습니다. 식전에 윤태원 서울교구장이 방역수칙에 따른 시일식 집행에 대해 소개하고, 정윤택 교화부장의 집례로 개식, 장희수 동덕의 피아노 반주에 따라 화성당김정화 동덕이 청수봉전(청수봉전가 독창 이미애 사회문화부장), 주문3회병송(녹음음성), 범암 손기범 선도사의 경전봉독(안심가1-4절), 천덕송 독창(정소연 동덕, 제3장 안심가 1-3절), 설교(수심정기와 심고, 태암 고태형 관의교구장), 천덕송 독창(신정 동덕, 송가 포덕행진공1-2절)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광고는 천도교중앙대교당 100주년 기념행사 안내와 성금모금, 제2회 인내천 서예명인 모심전 안내(9월 28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종교인 대화마당 네 번째 - 한울연대의 <이천식천>(9월 28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유튜브 또는 줌 시청 가능), 여성회본부 고춧가루 주문판매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2. 고태형 교구장은 <수심정기와 심고>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설교하였습니다.
(1) 우리는 지금 외적인 환경으로 인하여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된 삶은 무기로도, 돈으로도, 세력싸움으로도 극복할 수 없고, 오직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조심하며, 그동안의 삶의 방식을 과감히 바꾸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익숙해 지는 것으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2) 이러한 때 천도교의 '守心正氣(수심정기: 한울 마음을 지키고 한울 기운을 바르게 드러냄)'는 큰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는바, 해월 신사는 "수심정기 네 글자는 천지가 隕絶(운절=천지가 서로 떨어짐=개벽)되는 기운을 다시 보충한 것"이라고 하셨으니, 수심정기는 개벽의 심법입니다. 또 수운 대신사는 천도교의 이치를 기성의 가르침(옛 성인)과 구분하는 핵심 요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심정기 오로지 내가 다시 정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3)우리 마음은 형상이 없지만 세상 物情(물정)이 비치는 것으로, 그 본래 바탕을 지키며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바른 뜻, 진리와 더불어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며, 그 일의 성패 속에서 기운이 자라납니다. 또한 바른 기운은 바른 마음을 드러내니, 마음과 기운은 서로 연결된 것이며, 만물이 자라날 수 있는 힘의 근원입니다. 마음을 지키고, 기운을 바르게 해야 개인도 잘 살고, 사회도 잘 살게 된다는 것이 바로 천도교의 심법입니다.
(4) 특히 수운 대신사가 처음으로 종교체험을 할 때, 視之不見 聽之不聞(보려하나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하나 들리지 않음)의 상태에 빠졌는데, 이때 수운 대신사는 '수심정기'함으로써 한울님과 의 대화, 즉 天師問答(천사문답)을 하게 되고 마침내 동학-천도교를 창도하기에 이르렀으니, 수심정기야말로 천도교 창도의 근본 출발점입니다.
(5) 지금 세상과 인류는 크나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바, 천도교인은 수심정기의 이치를 알고 실천함으로써, 이 시기를 극복하고, 개벽의 운수를 다시 회복하여 한울사람으로, 한울세상을 살리며, 살아가는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돈"이 세상의 중심인 듯, 모든 것의 근본 동력인 듯 말하고 행동하지만, 그것은 수단일 뿐입니다. 과거지사인 수단에 매몰될 때는 오히려 패가망신에 이르고 말 것을, 수심정기로써 욕심과 탐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자유로워질 때 가정과 지식과, 생명과, 존경 등의 참된 가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알고 향유할 수 있습니다.
(6)이러한 수심정기는 수련이나 특별기도를 통해서 추구할 수도 있지만, 천도교의 가장 기본적인 신앙 수행 활동인 "심고"가 그 지름길입니다. 심고는 마음으로 한울님께 고하는 의식입니다. 말로써 하는 대화가 하수라면, 눈으로써 하는 대화는 중수이며, 마음으로써 하는 대화야말로 상수입니다. 심고는 한울님과의 마음의 대화입니다. 마음은 한울님을 보는 눈입니다. 육신의 눈을 감으면, 마음의 눈이 떠집니다. 입과 눈과 손발로 말하고, 보고, 행하였던 것을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차분히 앉아서, 마음으로 헤아리며 한울님과 대화하는 것이 심고입니다. 마음으로, 마음의 눈으로 보면, 비로소 세상의 참모습이 보입니다.
(7)심고는 수심정기를 내 몸과 마음에 심어줍니다. 길러줍니다. 알려줍니다. 일깨워줍니다. 수심정기는 한울님 마음의 때를 털어내고, 티를 날려버리고, 안정된 정심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키워주는 심법입니다. 심고는 수심정기를 생활화하는 심법입니다. 해월신사는 "넓고 큰 집이 천간이라도 주인이 잘 보호치 못하면 그 기둥과 들보가 비바람에 무너니나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하시고, "내 마음을 공경치 않는 것은 천지를 공경치 않는 것이요, 내 마음이 편안치 않은 것은 천지가 편안치 않은 것이니, 이는 불효와 다름이 없는 것"이며 불효 중에서도 가장 큰 불효이니 경계하고 삼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고는 내 마음을 공경하게 하고, 편안하게 하고, 효도하게 합니다.
(8)일상생활에서 一擧手一投足(일거수일투족), 一動靜一語默(일동정일어묵)의 심고를 종합하여 매일 저녁에 다시 심고하는 것이 '매일 기도식'입니다. 이 기도식은 '나를 위한 돌봄의 시간입니다. 돌봄은 돌봄을 받는 자를 위해 어려운 일과 상황도 견디어 인내하는 행위로써, 나를 성숙시킬 것이며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돌봄을 통해 생존하고 성장하며, 자라서는 부모와 자녀 그리고 사회를 돌보다가, 어느 시간이 지나면 자녀나 또는 사회로부터 돌봄을 받다가 환원합니다. 이처럼 '돌봄'을 주고 받는 것이 우리의 인생 그 자체입니다.
(9)수심정기는 나 자신을 나 스스로 돌보는 일입니다. 기도식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돌보는 시간입니다. 심고는 수시로 나를 돌보는 시간이며, 한울님의 감응으로 나의 언행과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수심정기는 남/사회으로부터 돌봄을 받거나 남/사회를 돌보는 근본으로서 내가 나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며, 심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돌볼 수 있어야, 돌볼 때만이 타인과 세상을 돌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극한 심고는 수심정기를 우리 생활 속에 함께하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행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0)우리 마음은 단순히 윤리적인 본심이나 원리일 뿐만 아니라, 우주적 존재로서의 마음인 동시에, 신령하게 활동하는 한울님으로서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지극한 심고로 수심정기하여, 나와 타자와 세상을 돌보며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기를 심고합니다.
3. 오늘 경전봉독 내용 중에서는 "대저 生靈草木群生(생령초목군생) 死生在天(사생재천) 아닐런가. 하물며 萬物之間(만물지간) 惟人(유인)이 最靈(최령)일네"라는 말씀을 새깁니다.
지금 세상에 상식으로 자리잡아가는 말씀은 "'인간중심주의'가 이 기후위기와 생물대멸종을 비롯한 지구의 근본적인 위기를 야기하였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에 대하여 지금이야말로 "인간중심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인간중심주의'란 '신(新)인간중심주의'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新)인간중심주의'는 기존의 근대적 인간중심주의와 같은 말을 쓰고 있으나 그 의미는 같지 않습니다. 이는 신(神=한울)인간중심주의이며, 신(信=말하는 사람)중심주의이며, 세계에 군림하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세계를 살리는 인간(책임자로서)중심주의입니다.
오늘의 경전봉독에서 뜻밖에 '유인최령(惟人最靈)'을 "마땅히 인간이 가장 신령하다"라는 기존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생각하는(惟) 사람이 가장 신령하다"라는 뜻이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신령함의 핵심이며, '한울사람'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기독교 철학자 함석헌 선생도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하였고, 한나 아렌트도 유태인 대학살을 낳은 주범을 처벌하는 뉘른베르크 재판(1945-46)에서 아이히만 재판을 지켜보며 '악의 평범성'을 말하였는바, 그 '악의 평범성'은 바로 '생각(사유)하지 않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갈파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근대적 인간중심주의는 "생각 없는 인간-중심주의" 또는 "욕심(통)으로 오장육부를 가득 채운 인간-중심주의"라고 한다면, 신(新, 神, 信)인간중심주의는 한울사람중심주의임을 알 수 있습니다.
4. 오늘도 가을 하늘을 싱그러웠습니다. 시일식 후에 교당 앞마당에 나온 시일식 참석자(약 40명 내외)들은 서로 인사 나누고 안부 여쭈며 담소하였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한 두분 사모님도 함께하였습니다. 오늘도 제가 시일식 참석자 중 최연소자 5위 내에 들었습니다. 송범두 교령님, 한광도 전 교령님도 참석하였습니다.
오늘은 오전부터 대교당 앞마당에 체험학습 팀들이 여럿 다녀갑니다.(체험학습 팀이란, 주로 초등학생 7-8명 내외로 팀을 이루어 시내 역사 사적을 탐방하며 역사, 사회, 문화 공부를 하는 그룹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교당에는 토+일요일의 경우 수십 개 팀이 방문하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행의 정도에 따라 재개되었다가 중지되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가을철 날씨도 선선해지고 하니,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체험학습이 재개되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