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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Oct 17. 2021

천도교중앙대교당 162-38시일식

2021년 9월 19일 오전 11시  [개벽통문-202]

 

제38 시일식 당일 사진

1. 포덕162년 9월 19일, 중앙대교당 제38 시일식이 잘 봉행되었습니다. 식전에 윤태원 서울교구장이 방역수칙에 따른 시일식 봉행 절차를 소개하였습니다. 선암 정보택 경리부장의 집례로 혜현당 정희수 동덕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혜심당 이춘희 동덕이 청수봉전(청수봉전가독창 박영화 동덕)을 한 뒤 개식, 주문3회병송에 이어, 경전봉독은  교훈가8-11절을  명암 이갑식 선도사가 봉독하였습니다. 이어 천덕송 독창 제2장 교훈가 기2, 5-6절을 이미애 사회문화부장이, 이어서 설교는 "수운심법을 꽃피웁시다"라는 주제로 수암 김산 연원회부의장이 하였습니다. 이어서 천덕송합창은 송가 영부의 노래(독창 김인환 순회교사)가 진행하였습니다. 이어 심고와 폐식, 그리고 알리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2. 오늘 설교는 "수운심법"을 주제로 한 것입니다. 김산 연원회부의장은 '수운심법'이란 경신년 4월 초오일에 수운 대신사가 한울님으로부터 받은 "오심즉여심"의 심법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수운 대신사께서 이 심법을 받기까지 주유천하-을묘천서-49일기도-용담귀환을 거쳐 온 역사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오심즉여심'은 "내(한울님) 마음이 곧 네(수운 대신사) 마음"이라는 것, 좀더 일반적으로 말해서는 "한울님 마음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김산 부의장은 이 오심즉여심의 수운심법이 우리 신앙의 모태라고 하면서, 이 진리는 5만년의 무극대도요, 금불문고불문, 금불비고불비지법으로서 이  수운심법을 함께 공부하고 따르는 것이 용담연원으로서의 천도교인의 신앙이며, 오늘의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도 이 수운심법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수운심법은 도통전수의 과정을 거쳐 해월신사와 의암성사에게로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에는 "공동전수심법"의 과정을 거쳐 우리 천도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수운심법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것을 맹세하고 신앙을 해 나가는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우리가 수운심법을 얼마나 잘 공부하고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자고 당부하였습니다. 


오늘의 형편을 보면 어렵고 힘든 상황이 많지만,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기초를 처음부터 새로이 다진다는 각오로 정성을 다하자는 말씀으로 설교를 마쳤습니다.


3. 오늘 봉독한 경전(교훈가 기2, 5-6절) 중에는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덕이 부족하다"라는 말입니다. 


수운 대신사가 한울님으로부터 도를 받아서, 수이연지한 끝에 포덕을 시작하자, 한편으로는 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수운 대신사가 정학(유학)을 벗어나서 사학(邪學=서학 또는 술수지학)을 한다는 소문이 용담 인근에 널리 퍼졌습니다. 또는 수운 대신사가 학문적 수양을 깊이 하고, 학식은 아주 높았으나 가장(家長)이 된 이후에 대대로 물려받은 가업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경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을 당시 세상(고향 친척과 인근 사람들)사람들이 '재승박덕'이라고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수운 대신사가 현실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안정적인 집안 살림 꾸리기) 또는 부자가 되든 뛰어난 유학자가 되든, 어느 방면으로든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으로서의) 덕이 부족하거나, 혹은 인덕(인격적인 덕, 다른 사람에 베푼 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들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평가의 결과로 ... 수운 대신사가 처음으로 한울님과 문답을 주고 받을 때, 첫 장면에서의 최종 미션은 "포덕천하"로 주어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때의 '포덕천하'란 수운 선생이 당시에 당하고 있던 재승박덕의 평가를 만회하는 길이자, 그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미션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천하에 덕을 편다" 하니, 대단히 거대한 담론인 듯하지만, 온 천하도 결국 내 발밑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온 인류도 결국 내 옆의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보면, 덕을 편다는 것은 바로 내 옆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가정산업 탕패하고" 천하에 덕을 펴는 일은 어불성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민중들의 소박한 생각이면서  천심을 담은 인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운 대신사는 도를 깨달은 이후 가정지업에 충실하기보다 광제창생의 길로 나아가셨고,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의 종교 생애를 살다가 순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가족들은 지옥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을 살아내다가 결국은 매맞아죽고, (거의)굶어죽고, 병들어 죽어갔습니다. 수운 대신사의 '가정산업탕패'는 주유천하와 구도행각 시절뿐만 아니라, 동학 창도와 포덕 이후, 그리고 당신의 순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 수운 대신사 순도로부터 다시 150여 년이 지난 시간 동안 그 후학들의 행보를 보면, 그 기간 동안에도 '세전산업탕패'의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6.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하신 분들의 후손이 일제강점기 내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그 여파로 분단 이후 한국사회에서도 사회 최하층을 떠돌다가, 오늘의 '선진대한민국'에서도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사회의 비주류, 하류(경제적)인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동학천도교의 후학들도 대부분 사회의 주류로 살아가기보다는 제살 제가 파 먹는 삶과 경영(교단)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두가 재승박덕의 결과이자, 또 다른 적악지가의 인연을 지어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7. 오늘도 중앙대교당 시일식은 50인 이내의 현장 참여와 유튜브 생방송 방송 병행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제는 하늘이 그리도 푸르더니,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먹구름까지는 아니고, 따가운 가을 햇살을 가려주는 정도여서, 기분좋은 그늘이 졌습니다. 시일식 후 대교당 앞마당에서는 예의 인사들을 나눴습니다. 오늘도 정운벽 사모님이 참석하셨습니다. 두 분 사모님이 휠체어에 의지하여 참석하였습니다. 그 정성이 눈물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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