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형 형!
환원하신 지
1년이 되었어요.
12월 9일,
1년을 맞이하고 보내는 시간/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내/우리가 잘못한 것들은 모두 용서하시고,
형이 잘못한 것은 모두 용서받으셨길 빕니다.
그날, "친구 고시형을 추억하다"의 시간/공간에서
사람들이 미처 말하지 않은 형의 마지막 시간들을
나는
'형이 외로웠다'고 기억하고 증언합니다.
어쩌면 그들 중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까닭은
'아름답고 행복하게'만 형을 기억하고 싶어했을 뿐이기 때문라고 믿어요.
그러나, 한편으로, 형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나에게 안식을 가져다 주고,
그리하여 비로소 형도 안식하게 되리라는,
그 향아설위를
믿고,
증언합니다.
형은 외로웠지요.
형이 그 무렵, 죽을 만큼 힘들여
그토록 일에 매달렸던 것은
아마도, 그 일의 성공으로, 형이 조금이나마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걸 테죠.
여기서, 저기서
넌 틀렸어!
라는 악다구니만 들리는 속에서
형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어요!
저는 그 내몰림을
그 마음을,
그 외로움을,
지금의 제 삶으로, 온몸으로 그렇게 짐작/확신합니다.
그 외로움이
형을 죽음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렇습니다.
형이 외로웠던 까닭은
물론 형이 외로움을 자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넌, 틀렸어! 네 옳음을 스스로 증명해 봐"라고 다그치며
형을 그 외로움의 허허벌판으로 내몰았던,
그 목소리들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건 환청일지도 몰라요.
형의 마음의 소산일 뿐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뭐라하든
이제,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었어요
소용이 있다고 한들
형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에요.
형은 그저 평안하실 테지요.
위선이든 위악이든
남은 이야기는
오롯이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 그렇게 1년이 흐르고
형이 오십평생 쌓은 공덕 중에 그나마 미처 까먹어 없애버리지 않은 게
남아 있어서
'친구'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렇게 그날, 그 자리는
허허실실했습니다.
...
고시형 형!
그날로써,
형이 잘못한 것은 모두 용서받으셨길 빌어요.
그래서, 내/우리가 잘못한 것들도 모두 용서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나는,
형이,
그때는,
외로웠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우리 마음속에서 무궁히 평안하시기를...
- 추신.
어느 해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천도교 의절의 위령문 중 '미진한 사업을 남기시고'라는 대목을 들으며
과연 그분에게 '미진한 사업'이 무엇이었을지,
생전에 들어 두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마도 형과 나눴던 것 같아요.
정작, 형도 '미진한 사업'이 무엇인지 미처 말하지 못하고
불현듯 우리 곁을 떠나셨네요.
다만, 나는 한 가지는 알지요.
2017년 12월 1일 개관한 천도교중앙도서관은
형 때문에 꼬박 1년이 늦어졌지만,
형 덕분에, 안 될 일이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말았어요.
형의 공적서 마지막 줄에 그 일을 기록해 둡니다.
- 우보 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