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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05. 2018

조선에서 처음 듣는 '어린이의날'

-5월 1일의 천도교소년회 창립기념일을 그대로 인용하다

*이 글은 ≪천도교회월보≫ 1922년 5월호(통권14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요지는 1921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 그 1주년이 되는 1922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의 날'(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 행사가 일제 당국의 방해로 무산될 뻔하다가, '축소된 형태로나마 겨우' 선전활동을 진행했다는 내용입니다.



-일기자(一記者)


序.

천도교소년회(天道敎少年會)의 일에 관하여는 벌써 본지에 누차의 보도를 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조선의 소년에 관한 일을 보도하는 기쁨을 얻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일이 천도교소년회의 고안(考案) 중으로부터 된 것임을 생각할 때에 일층의 감격을 가지게 됩니다.


금일의 소년문제는 실로 천하의 문제이며 소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 의하여 비로소 천지운절(天地隕絶)의 기(氣)를 보(補)할 수 있다 하는 것이 금일 식자배(識者輩)의 공통으로 떠드는 소리이외다. 이것은 여태까지 뒤를 돌아다보고 살던 인간들이 이제부터 앞을 내다보고 살게 된 까닭이며, 오늘날까지는 모든 완전은 과거에 있다고 인(認)하던 것이 이제부터는 사실상의 완전은 미래에 있다고 단언한 까닭이외다. 그런데 소년은 인간의 앞길잡이이며 미래의 표징(表徵)이외다. 세상 사람이 제아무리 소년문제를 등한시하고자 한들 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1922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의 날 / 이듬해 1923년 5월 1일에 다시 제1회 어린이의 날 행사가 진행됨(현재 어린이날 회차는 1923년을 기점으로 삼음)

一.


춘만건곤(春滿乾坤)에 복만가(福滿家)라[봄이 천지에 가득차니 복이 집안에 가득 참]. 우내(宇內: 집안)의 태운(泰運)이 청제(靑帝: 오방신장 중 봄맞이 신)의 수레를 타고 동출(東出)의 고국(故國)을 두루 찾을 때 그 태화(泰和)의 일지운(一技運)이 어리고 고운 소년의 사회에까지 맴돌게 되었습니다. 


경남 진주의 소년들이 제일착(第一着)으로 그의 대운(大運)에 참여하였으며, 천도교의 소년남녀들이 연(連)하여서 새빨간 횃불을 들었습니다. 그 소리 미치는 곳에 봄풀같이 일어나고 봉수(烽燧)같이 응하여 남녀의 소년은 물론 일반의 어른 사회에서까지 다 같이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되었으며, 이 운동을 주시하게 되었습니다.


다- 무르녹은 꼭지라 한 마리 까마귀의 지치는[날갯짓] 힘에도 그 배[梨]는 떨어지게 되었으며, 다- 같이 원하는 판이라 한 지아비의 규호(叫呼: 부르짖음)에도 민중은 응하게 되었습니다. 천도교소년회의 창립 1주년 기념일이 되는[천도교소년회는 1921년 5월 1일 창립되었다] 임술(壬戌: 1922) 5월 1일을 기(期)하여 조선소년운동의 큰 기치를 들었으니, 그가 곧 조선에서 처음 듣는 어린이의날 창언(刱言)이외다.


'어린이의 날!'

어린이의 앞길에 대한 한없는 광영(光榮)을 기(期)하며,  민족의 앞길에 대한 그지없는 행복을 자래(齍來: 가져옴)하기 위하여 가장 깨끗하고 가장 따끈한 동기에서 이루어진 5월 1일의 조선의 '어린이의 날!' 우리는 다 같이 이날을 축복할지며, 특히 우리 민족의 명일(明日: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이날을 축복할 것입니다. 

二.


우선 우리(천도교소년회를 중심한 幾多(얼마간)의 사람)는 금년의 이날(5월 1일)을 마음껏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이나 지방에 있는 우리 소년회우(少年會友)와 힘을 합하기는 물론, 조선 내에 있는 각 사회의 소년단체 또는 각 방면의 유지(有志)와 더불어 그 소리를 아울러서 이날의 하루를 경사(慶事)롭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조선의 물을 마시는 사람 치고는 이날이 어떠한 날임을 고루히 감명(感銘)하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한울님이시여! 대자연의 그 풍부한 자료(資料)로써 우리를 지을 때에어찌하여 두 개 이상의 손을 주지 못하였습니까. 이 말은 우리들이 가끔 내는 말이옵거니와 특히 이번 형편에 있어 우리는 일층 우리 손이 둘에 멎은 것을 원우(怨尤: 더욱 원망함)하였습니다. 손만 많으면 무어이라도 마음이 가는 데까지 갈 것 같은데, 그것이 부족하여 못합니다그려.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습니까. 


그런 중에도 이번 해삼위(海參威: 헤이그)의 연예단(演藝團)을 맞아 며칠 동안을 분주불가(奔走不暇: 바빠서 겨를이 없음)한 것은 일층 소년회의 대한 할동의 기(機)를 놓친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멀리 지계(地界)를 넘어 벗은 화수(花樹)의 한 가지를 맞아 가장 즐거운 심정의 교환(交歡)으로써 된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잊을 수도 없습니다. 4월 30일 저녁에 돌던 5월 1일 부(附)의 서울 각 신문지에는 2단 1호의 자(字)로, 혹은 "10년 후의 조선을 려(慮: 생각)하라" 혹은 "조선 초유의 소년일(少年日)"이라는 등의 큰 제목하에서 5월 1일의 '어린이의날'을 축복하고 아울러 천도교소년회의 미거(美擧: 아름답고 크나큰 일)을 격상(激賞: 감격하여 상을 줌)하여 그 기사의 구구로부터 솟아나오는 감격의 파문이 먼저 성중(城中)의 공기를 움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입니까? 날 맑고 바람 가벼운 5월 1일이 왔으나, 아니 그날의 오전 10시, 11시가 되었으나 우리의 소리는 낼 수 없었고, 우리의 발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날을 두고 생각하며 밤을 새워 ㄱ며 준비한 여러 가지의 계획을 실현할 도(道)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가슴은 타고, 우리의 마음은 서러웠습니다. 서로 쳐다보고 울고자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여, 이 까닭이 무슨 까닭이었겠습니까?


처음부터 말하리다. 우리들의 이번 5월 1일에 대한 생각은 과연 많았으며, 계획은 자못 컸습니다. 적어도 전 조선을 일원(一圓)으로 하여 이날이 어떠한 날인 것을 일시에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앞[右]에도 말씀하온 바와 같이 우리의 가진 손이, 우리의 가진 생각과만치 못하며, 거기에 또다른 사정이 견제(牽制: 일제 당국의 불허를 말함-인용자 주) 극히 단순한 방식의 하나인 문서(文書)의 선전으로써 그날의 하루를 의의 있게 하기로 됭ㅆ습니다. 그래서 크고 적은 선전문 종류로 4종, 매수로 도합 2만1천매를 인쇄하여써 조선 전토(全土)에 산포(撒布)하되 경성 시내에는 ㄷ당일 오전 10시부터는 소년회에 관계한 어른 위원 전부가 출동하고, 오후 2시부터는 학교에서 돌아온 소년회원 전부가 출동하여, 대선전을 행하기로 준비 이성(旣成: 이미 완료)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그 인쇄물 반포(頒布)의 건이 문득 경찰 당국에 대한 문제가 되어 출판법에 의한 정식의 허가를 얻은 후가 아니면 일매(一枚)의 반포를 불허한다는 당국의 말썽이었습니다.  이 말썽은 4월 29일부터 시작하여 언거언래(言去言來) 수일(數日)의 간(間)에 오히려 해결이 되지 못하고 문득 5월 1일을 당하였습니다. 그것을 정식으로 출판 허가를 얻자 하면 적더라도 20일 내지 30일 간의 시일을 요할 것이외다. 이것이 어찌 될 일입니까. 


어린이들과 가난한 살림에 190여 원의 거액을 들여 제종(諸種)의 인쇄를 필(畢: 마침)하여 놓은 것은 오히려 적은 문제라 할지라도 세상의 많은 형제에게 대하여 '어린이의날'임을 알려 놓고 그만 이 지경을 당하여 놓았으니 우리들의 마음성이 과연 어떠하였ㄳ습니까. 다못(다만) 한울을 우러러 긴 한숨 지었을 뿐이외다. 


당국의 양해인가 주선의 결과인가 오후 1시에 이르러 겨우 '사후 수속'의 조건하에서 전부의 선전문을 배부하게 되었습니다. 사반휴의(事半休矣: 일의 절반은 쉼)라. 지방의 배부는 어찌 할 수가 없고 오직 예정 구역의 일부인 경성 시내에뿐 항하여 이러이러하게 되었습니다. 


三.


맑던 날은 흐렸습니다. 엷은 구름이 창공의 전부를 채웠습니다. 계획은 계혹대로 우리는 먼저 청년회, 개벽사, 월보사, 기타 소년회 위원 중의 대부(大部)가 각기 '소년의 일(日)' '어린이의 보육(保育)' '천도교소년회' 등의 문구르 빨갛게 쓴 백거(白襷: 멜빵을 하여 앞뒤로 간판을 붙인 선전도구)를 엇메이고  손에는 빨강이 노랑이 등의 선전문 수천 매씩을 들고 2, 3의 소년회우와 걸음을 같이 하며 경운교당의 정문을 나서 한 파는 재동 네거리를 동으로 꺾어 창덕궁 앞거리를, 또 두 파는 재동 네거리를 서로 꺾어 다시 한 파는 사동 거리를, 또 한 파는 전동 거리르 통하여 다 같이 종로 네거리로 모여, 다시 한 편 길씩을 맡아 가지고 오고 가는 행인에 그 ㄸㅅ을 선전하며 그 글을 배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부터는 자동차 2대에 남녀 소년회원이 아울러 타고 네 사람의 어린 위원이 그를 지도하여 서울의 구석구석 서대문 감옥의 앞, 동소문의 안, 왕십리의 들까지-를 돌며 만여 매의 선전문을 살포하였습니다. 초처(初處)의 부드러운 공기를 불어 흩으는 남녀 소년들의 창가 소리와 어울러 떨어지는 선전문의 조각조각은 보는이의 감동을 자아내일 때로 내었을 것입니다. 


소년도 소년이려니와 그 크다란 어른들이 희고 빨갛고 또 노란 각종의 '비라'를 들고, 게다가 '소년의 보육'ㅇ란 백거를 메고 가두에 그대로 나서서 직접으로 소년의 보육을 선점함과 같은 일은 ㅅㄹ로 우리 사회에서는 처음 보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소년 문제의 선전, 그것이 귀하니만큼 그 크다란 사람들이 모든 예투(例套: 법식의 덮개)와 체면을 다 불고하고 직접으로 가두에 나선 그 일도 매우 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름지기 이와 같이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생각만으로, 말만으로만은 아니됩니다. 이와 같이 직접으로 마서지 아니하면 아니 됩니다. (여기에서 보고 당한 여러 가지의 실사(實事)가 어느 것이 우리의 폐부를 뚫지 아니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쓰는 자의 일이 바빠 모든 것을 약(略)하게 되는 것이 섭섭합니다.)


四.


밤에는 7시 반부터 천도교소년회의 창립 1주년 기념식이 교당 안에 있었습니다. 소년 문제의 기세가 일반 형제를 끌어옴인지, 교당 안은 정각(正刻)같이 만원이었습니다. 회원일동의 회가 병창으로 개회하여, 박달성 씨의 사회하에서 김기전 씨의 소년회 1주년의 상황보고와 내빈의 축사로써 식을 마치고, 곧 소년회원의 여흥을 시작하여 우리 소년회원 독특의 무도(舞蹈)와 음악 등으로 만장 인원의 환희 중에 회를 마치고 이어써 소년회우와 위원들이 일당(一堂)에 단회(團會)하여 기념의 축과(祝菓)로써 담소자약(談笑自若)하다가 각기 일생에 잊지 못한 큰 상을 가지고 명년의 5월 1일을 이야기하며 교당문을 나서기는 밤 11시 반이었다.


五.


그날에 선전문은 전부 4종으로 되었으니, 이제 그 추형(雛形을 보이면


一. 국판 8頁大의 적색 석판인쇄물 (어른에게) (雛形一)


어린이의 날

항상 십년 후를 생각하십시오.

----어린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주십시오. 

----어린 사람의 늘 가까히 하시고 자주 이야기 하여 주십시오. 

----어린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십시오.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나쁜 구경을 시키지 마시고, 동물원에 자주 모내 주십시오.

----장가와 시집 보낼 생각 마시고 사람답게 만 하여 주십시오. 

남같이 잘 살려면 소년을 잘 키워야 합니다.

천도교 소년회  


二. 국판 2頁大의 보통인쇄물(어른에게)


"조선에서 처음 듣는 어린이의 날"

(위는 제일항 인쇄물의 연역(演譯)이므로 추형은 약함


三. 국판 4분의 1頁大의  색지 인쇄물(일반에게) (추형 3)


오늘은 '어린이'의 날 

----오늘은 5월 초하루 어린이(少年)의 날입니다. 

----해마다 이날은 어린이(少年)의 날입니다. 

----집안이 잘 살려도 어린이가 잘 커야하고

----나라가 잘 되려도 어린이가 잘 커야 합니다. 

----동포가 일심으로 정성껏 어린이의 날을 축복하십시다. 

천도교소년회


四. 국판 3분지 1頁大의 색지 인쇄물 (소년에게)


어린 동무 여러분께

오늘은 우리의 날입니다.

----1. 어른에게는 물론, 우리끼리도 서로 존대하십시다.

----1. 손으로 코 풀어 문지르지 말고 손수건 가지고 다닙시다.

----1. 길거리에 광고 붙인 것은 찢지 맙시다.

----1.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도, 그림도 쓰지 마십시다.

----1. 도로에서 떼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 버리지 마십시다.

----1. 꽃이나 풀을 사랑하고 동물을 잘 보호하십시다.

----1. 전차나 기차가 좁을 때는 나이 많은 이에게 자리를 주십시다. 

----우리 어린이는 오늘 저녁 일곱시에 교통 천도교당으로 모이십시다.

오늘저녁에 천도교당으로 오십시오 - 천도교소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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