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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학학당

사상으로 읽는 해월 제1강

동학학당 제3강좌

by 소걸음


3월 4일, 동학학당 제3강좌 <사상으로 읽는 해월> 제1강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강좌는 모두 10강으로 진행되며, 격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진행됩니다. 이번 강좌에는 26명이 수강신청을 하셨는데, 사정한 3명이 1강은 결석하시고, 23명이 수강하였습니다. 박길수의 사회로, 각 수강생들의 자기소개에 이어, 조성환 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강의인 만큼, 오리엔테이션을 겸하여, 최근 조성환 교수가 접한 해월 관련 혹은 동학 관련 소식, 그중에서 영양 지역과 해월 최시형의 관계에 대해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영양은 해월이 1865년부터 1871년까지 영양 대티골에서 은거하며 동학 재건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2019년 결성된 해월 최시형 기념사업회가 영양군과 협력하여 해월의 역사적 유산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해월 최시형 은거지 비> 제막식 행사가 있었습니다. 영양군수와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관리'들이 대거 참석하여 축사 등을 하였습니다. 강사에게 그동안 강원도나 충청도 중심으로만 이해되던 해월의 활동 근거지의 지역적 확산 과정과 현대적 의미를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힙니다.


이어 조성환은 검곡에서 1865년에 진행된 해월 최시형의 최초 설법에서 평등을 강조한 내용이라든지, 초기 설법에 이미 ‘인내천’(人乃天)과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중요한 내용이 포함된 사실의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였습니다. 특히 해월이 주장한 인간 평등과 생태 사상은 오늘날 환경문제 및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도 연결됩니다. 영양군에서 해월의 가르침을 현대적 문제 해결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성환 교수는 이를 "영남 지역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동학의 바람"이라고 평가합니다.



해월은 최초 설법에서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라는 사상을 강조하며, 차별 없는 사회를 꿈꿨습니다. 조성환은 이 사상의 근원이 해월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해월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차별과 고난을 겪었기 때문에, 평등과 인간 존중의 가치를 강조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해월이 강조한 ‘노동과 실천’에 대한 내용도 소개합니다. 해월은 단순히 이론적 교리를 설파한 것이 아니라, 직접 노동을 하며 신앙을 실천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하늘이 쉬지 않으니 나도 쉴 수 없다”라며 새끼줄을 꼬고 풀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노동을 신성한 행위로 여긴 그의 철학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 소유를 강조하지 않고 “세상의 것은 세상의 것이다”라는 태도를 보였으며, 이는 오늘날 공유경제 및 공동체 사상의 근거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조성환은 해월의 사상이 서구적 근대와 대비되는 독자적 근대 개념을 형성하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동학이 단순히 전통적인 사상이 아니라, 서양 근대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포용적 근대’를 지향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천도교의 개벽 사상은 서구의 계몽주의를 단순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현대 환경문제, 생태주의,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 모델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조성환은 해월 사상이 현대 문학에서도 반영되고 있음을 설명하며, 최근 일본에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소재로 그것을 동학사상과의 연계 속에서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즉 한강의 소설이 동학적 진혼제(鎭魂祭)의 성격을 띠며, 죽은 자가 산 자를 구원할 수 있다는 철학적 관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합니다. 또한, 동학의 "하늘을 내면화하는 체험"이 현대 문학에서도 반복되는 테마임을 강조하며, 이는 해월 사상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강의는 해월 최시형의 사상을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다. 이는 이 <동학학당 제3강좌 - 사상으로 읽는 해월>의 전반적인 기조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강의 계획에 대해 조성환은 생태, 평화, 노동, 민주주의, 그리고 문학적 관점에서 해월 사상을 탐구할 것이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제1강은 오리엔테이션으로서, 기존의 해월에 대한 선입견을 해체하는 작업, 해월과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입구)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앞으로 조성환 교수가 이어나갈 강의의 방향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강의 후에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강의 내용에 대한 것에서부터 동학 사상과 역사 전반, 혹은 해월의 사상과 이력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진행되었습니다. "새롭게 개안했다"는 강의평이 인상적이었고, 듣고 보니 그러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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