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눈을 창으로 해서, 우리(한국인) 스스로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양심적인 일본인"이라고 부르는(일본 내에서도 양식 있는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불리는) 일본 사람들을 1년에 몇 차례씩 만날 기회가 있다.
주로 근대 시기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 내지 식민지 침탈 행위 등의 "'나쁜 일본'의 역사"를 밝히고, 이를 일본 내에서 저술이나 강연을 통해 알리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다.
그들 중 대표주자인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님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매년 수십 명의 일본인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여, 동학농민혁명 전적지와 동학(천도교)의 사적지(성지)를 답사하면서 당시에 일본군들이 동학군(한국의 농민)을 학살하던 현장과 그 실상을 일본인들에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이제 거의 연인원 1천 명의 일본인들이, 최소한 동학농민혁명 당시에 일본군들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이들, 근대 시기 일본 제국의 대외 침략의 진상을 자국민(일본인)들에게 알려 나가는 '역사의 진실 알림이'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와 호응하여 국내에서 '줄탁동시'의 역할을 해 내고 계신 분이 원광대학교의 박맹수 교수님이다. 그리고 한분 이노우에 가쓰오 교수까지 세 분이 주축이 되어 연전에 <또하나의 청일전쟁-동학농민전쟁과 일본> <일본의 양심이 보는 - 현대 일본의 역사인식> <시바료타로의 역사관-그의 '조선관'과 '메이지 영광론'을 묻다> 등을 잇따라 펴내기도 했다.
대체로 일본의 극우파를 제외한 일본인의 상식적인 역사관은 (그런데 '일본인의 상식적인 역사관'이라고 해도, 일본인에게 있어서 '역사'의 비중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하여 매우 소략한 것이어서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인들은 대체로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편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동양에서 '정의로운' 선구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는 것이고, 그러한 역사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시바 료타로('료마가 간다'의 저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의 지론이다.
이러한 비판적 역사 서술을 통해,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 등은 일본인이 이미 근대화 시기부터 '침략적 속성'을 유감 없이 발휘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아시아 각국에 대한 침략(식민지화), 그리고 만주사변에 이은 2차세계대전(태평양전쟁)까지가 이어진다고 말한다(우리로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역사 인식이지만, 일본인에게는 생소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역사 인식이다).
그런데, 그들--'양심적인 일본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이렇다.
"우리는 한국을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인이 일본 자신의 역사와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야 일본이라는 나라가 바르게 되고, 그래야만 일본인이 진실로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우리나라에 적용시켜 보면, 우리가 지금 "적폐청산"이라고 부르는 것을 위해서는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치한다. 이때 '적폐'를 단지 '87년 이래의 지난 정권'으로 보느냐, 아니면, 특히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친일잔재의 청산까지를 염두에 두고 지난 100년 혹은 123년(동학농민혁명)의 역사 전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된다.
이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이러한 역사적 측면에서의 적폐청산을 위한 '역사 바로보기'를 철학적 측면에서 '한국/한국인 바로보기'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철학적 작업을 한 사람의 철학적 담론, 그것도 일본인의 담론, 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은 '일장'과 '일단'이 있다는 점을 첫 번째 전제로 하고, 이러한 한 사람의 시각과 담론(일본인이라는 것은 이때는 중요치 않다)을 절대화 하는 것은 '철학하는 태도'가 아니므로, 경계하고 삼간다는 것을 두 번째 전제로 할 때, 이 책은 우리에게 분명히 새로운 하나의 '혜안'을 제공한다.
그 혜안은 '한국'과 '한국인'은 물론이고 그 핵심 구성인자인, '개인으로서의 나'에게도 충분히 유용하고, 유익하다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일독한 소감이다. (최근 '최진석' 교수님이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쓴 '기대평'을 읽으며, 2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고리타분한' 유교 내지 '성리학'의 근간이 되는 '이기론'이 '한국을 설명하는 바로미터'라고 말하는 것을 선입견적으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기를 바라마지 아니하며, 일독을 권한다.
(일독 후, 기회가 되는 대로 좋은 대화 마당을 통해 서로 느낌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될 수 있기를...)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