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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학학당

사상으로 읽는 해월
제6강: 해월과 동학농민혁명

by 소걸음
%EC%A0%9C6%EA%B0%95_.jpg?type=w1600 동학학당 제3강좌-사상으로 읽는 해월 제6강 "해월과 동학농민혁명"


2025년 5월 6일 저녁, 조성환 교수의 동학학당 제3강좌 ‘사상으로 읽는 해월’의 여섯 번째 강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강의는 ‘해월과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심층 구조와 해월 사상의 관계를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성환 교수는 먼저 동학농민혁명을 단순한 민란이나 봉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1894년 전봉준과 동학 지도부가 무장봉기를 이끈 사건이었지만, 그 심층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동학 교단이 축적해 온 정신적·조직적 기반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수운 최제우는 대전환기의 시대를 직시하며 새로운 질서를 구상했고, 해월 최시형은 이를 계승하여 민중 속에서 교리를 확산하고 민중의식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1894년 농민혁명의 정신적, 조직적 토대를 이루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월 최시형

이 과정에서 1880년대부터 진행된 교조신원운동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교단은 수운의 명예 회복과 동학 교단의 공식적 인정을 요구하며 조직적인 상소 운동을 펼쳤고, 이를 통해 전국적 조직망을 확대했습니다. 1892년에는 대규모 보은취회가 열리며 민중적 동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러한 교조신원운동과 보은취회는 농민들의 정치적 의식화를 촉진했고, 결국 1894년 무장봉기로 이어지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교리적 실천과 정치적 행동이 긴밀하게 연결된 역사적 맥락이었습니다.


조 교수는 해월 교단이 정치적 권력 획득이나 체제 전복을 목표로 삼지 않았음을 강조했습니다. 해월은 기존 왕조 질서뿐 아니라 서구적 근대화와 자본주의적 가치관까지 비판하며, 새로운 인간상과 공동체 질서를 모색했습니다. 교단은 권력의 직접적인 추구 대신 교리의 확산과 생활 속 실천에 집중했고, 그러한 비정치적 실천이 오히려 정치적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인 전봉준과 해월 최시형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양자가 혁명의 방법론과 목표에서 상충하였다고 보아 적대적 관계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조성환 교수와 박맹수 교수 등은 상보적 관계론을 제시하며, 두 인물의 차이는 방법론적 차이일 뿐 근본적인 지향은 일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봉준은 민중적 분노와 실천력을 대표했고, 해월은 장기적 사회 변혁의 종교적·윤리적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농민군 지도자들의 배경을 짚으며, 다수의 지도자들이 해월 교단의 실천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전봉준을 포함한 주요 인물들은 전국적 조직망과 공동체 윤리의식 속에서 성장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농민군의 결성과 동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하는한울님.jpg 해월 최시형 평전 - 일하는 한울님

박길수는 토론에서 동학 교단이 급속히 대중화된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1880년대 후반, 동학 교단은 기층 민중의 삶과 요구에 밀착한 교리와 실천을 제공했고, 당시 권위주의적 질서와 착취에 대한 대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해월은 사회적 억압에 저항하면서도 질서를 무너뜨리는 급진적 파괴가 아닌, 대안적 공동체를 만드는 방향으로 민중을 이끌었습니다. 동학에 참여한 이들은 본래의 신분에 관계없이 서로 존대하며 맞절을 하였고, 또 유무상통의 정신에 따라 '절대적 빈곤'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이 점이 민중들이 동학으로 급속히 유입되고, 또 동학농민군의 결속력과 대규모 동원력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성환 교수는 동학농민혁명을 서구 시민혁명과는 다른 양상의 비서구적 근대혁명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구 근대가 무한 성장과 축적의 논리를 따랐다면, 동학과 해월 교단은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생태적이며 윤리적인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비전은 오늘날 탈성장과 생태위기의 시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의 후에는 박길수, 라명재, 정선원 등 여러 참가자가 참여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해월 사상의 현대적 의미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교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조 교수는 동학농민혁명과 해월 사상이 단지 과거의 사건과 사상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사회적·생태적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고 마무리했습니다.


현재 ‘사상으로 읽는 해월’ 강좌는 두 번의 강의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5월 20일에는 ‘천도교의 해월 해석’을, 6월 3일에는 ‘해월 사상의 현대적 해석’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편, 별도로 진행 중인 동학학당 강좌로는 박병훈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가 이끄는 ‘도원기서 강독’이 있으며, 김재형 선생(이화서원)이 진행하는 ‘도덕경 강좌’가 5월 22일 개강합니다. 또한 라명재 선생(『천도교경전공부하기』 저자)이 맡은 ‘해월 법설 강독’은 6월 10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들 모든 프로그램은 해월 사상과 동학의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리기 위한 공부의 장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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