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출판 일을 하다 보면, 책이 주는 힘을 다시 실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말이 가벼워지고, 깊은 생각 없이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단 한 문장이 삶을 붙잡아 주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묻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말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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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일상이 불안정하고, 관계가 피로하며, 마음이 쉬이 지쳐버리는 시대에는 내면을 돌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명심보감과 함께하는 마음공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오래된 고전의 말들이, 어떻게 오늘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시 걸어갈 길을 열어주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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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심보감』에 실린 격언 100가지를 중심으로, 그 말들이 전하는 마음의 지혜를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단순한 해석을 넘어, 유교뿐 아니라 불교, 도교, 원불교, 동학(천도교)의 사상과도 비교하며, 동서고금의 다양한 철학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말의 뿌리를 살펴보되, 그것을 삶과 분리하지 않고 오늘의 현실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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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학 사상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부분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인내천의 가르침은 고전의 격언들과 조응하면서,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단계를 넘어 관계 속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곧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니까요. 개인적 실천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윤리적 성찰에서 존재론적 깨달음으로 이끄는 사유의 흐름이 탄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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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단하고도 간결합니다. 무겁지 않게 읽히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글입니다. 짧은 문장 하나에도 오랜 성찰이 배어 있고,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한 구절의 말이, 커다란 전환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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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철학과 시대적 감각이 녹아 있습니다. 단지 고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언어를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한 장을 펼쳤다가도, 어느새 오래 머물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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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마음공부의 좋은 벗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정신적 혼란이 심한 시대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삶의 중심을 회복하려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거대한 담론보다 단단한 말 한마디가 더 큰 전환을 일으키는 법이지요. 이 책은 그런 말들이 고요히 모여 있는, 귀한 공부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