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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28. 2018

기억은 4월 16일을 넘어

[개벽신문 제73호, 2018년 4월호] 개벽행자들

최 은 창 | 오마이컴퍼니 과장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우리 사회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우리 스스로의 힘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왔습니다. 오마이컴퍼니에서도 416가족분들게 자그마한 힘을 보태고자 꾸준히 [기억팔찌캠페인] 을 진행해왔고 많은 시민 여러분이 캠페인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작년 세월호 참사 3주기 때에는 광화문에서 오프라인 추모 행사에 참여하여 많은 시민 여러분과 직접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슬픔을 공유하고 잊지 않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이 글을 빌어 먼저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는 그날 이후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원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독이 되었고 우리의 기대는 한참 미치지 못하였으며, 국민주권은 한걸음 더 뒤쳐졌습니다. 누군가 손가락질을 할 때 우리는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손을 맞잡고 오랜 시간을 참고 견뎌왔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념의 잣대로 선을 그었고,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 왜곡하려 했으며, 누군가는 동조하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의도치 않게 끌려가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책임에 대하여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화살은 우리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짓을 숨기려 한 사람들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되었고 우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저 역시 새 출발을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지켜보며 울컥하기도 하였고 묵묵히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지켜 나가는 것입니다. 국민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존중받아 마땅한 그 권리를 다시는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2조 2항]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기억은 4월 16일을 넘어

지금까지의 변화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단지 변화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두가 안심하고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우리는 소중했던 것들을 놓치곤 합니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사회, 대한민국사회가 지금까지 그래왔습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지만, 조금 더 적극적이고 신중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단지 그날의 참사만을 기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에서의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하기 위해선 그날의 비극을 넘어 우리가 함께했던 과정,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사회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곳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일들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사회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행동하는 양심이 존재했기 때문이며, 진심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대한민국 사회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믿고 용기를 내어 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해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추모하며

2018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4주기입니다. 아직까지 304명의 희생자가 돌아오지 못했고 5명의 미수습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아직까지 명백한 진상규명이 이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목포신항에서는 선체직립작업을 시작하였고 진상규명과 함께 미수습자 수색도 다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416가족분들은 본인들의 안위보다 작업자분들의 안전을 최우선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까지 이렇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안산에는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 건립이 힘겹게 확정되었고 가장 큰 기념일인 3·1엔 속상하게도 일부 단체에 의해 세월호 참사 추모 조형물이 파손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마저도 훗날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까지 함께한 모든 분들이 다들 지치고 힘든 시기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상황이지만 조금씩만 더 서로를 격려하여 이끌어 나갔으면 합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4월 16일, 그 날 만큼은 잠시만 시간을 내어 추모해주시고 여러분의 일상속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록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세월호기억팔찌캠페인’을 통해 모집된 금액은 기억팔찌 제작비에 활용되며, 제작된 팔찌는 후원해 주신 분들 및 416가족분들게 전달됩니다.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더 많은 팔찌가 필요합니다. 팔찌제작비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오마이컴퍼니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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