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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Oct 10. 2020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시민 마음백서 

* 이 글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프롤로그'입니다. 


코로나19가 말해주는 것들


조 성 환




이 책(<<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시민 마음백서>>)은 지난 4월에 나온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 - 한국사회 COVID19 시민백서>>의 후속편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시민백서’의 형태로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폭넓은 세대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였다. 필진은 주로 원광대학교4명와 도호쿠대학교4명, 그리고 서강대학교4명의 학생과 교수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외에도 외국인 4명이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코로나19에 관한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많은 서적들 중에서 이 책이 갖는 특징을 꼽으라면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특히 제5부에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미래세대의 생각과 고민을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들이야말로 앞으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지구세대’이기 때문이다. (중략) 


제1부는 한국을 비롯하여 인도, 일본, 중국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일어난 상황들을 포괄적으로 또는 세부적으로 소개하였다.


저명한 동학 연구자이자 원광대학교 총장인 박맹수 교수의 <개벽대학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나>는 전북 지역 최초의 확진자를 원광대학교 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던 경위를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과정에서 저자는 우리의 잊혀진 ‘공동체 정신’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회고하면서,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이 보여준 ‘공화와 평화와 평등’ 사상이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요청되는 정신이라고 강조하였다.


인도인으로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원불교 성직자가 된 파드마 남걀 아지타(한국 이름은 원현장) 교무의 <코로나19는 인도에 무엇을 말해 주었나>에서는 인도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순간부터 대응 과정까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인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거진 종교 간의 갈등 문제도 다루고 있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동아시아실학연구회 회장이자 지한파知韓派 학자인 가타오카 류(片岡 龍) 교수의 <어떤 대학이 뉴노멀을 선도하는가>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도호쿠대학(東北大學)의 총장이 보낸 ‘메시지’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서, ‘새로운 일상’은 상층부 리더의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지구촌의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생활 현장에서 ‘함께’ 물음을 던지고 ‘함께’ 표현해 나가는 가운데 ‘꿈’같이 구현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일본사상 연구자인 사사키 슌스케 씨의 <과학자는 무엇을 전하고 있는가>에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가치판단이 필연적으로 개입되게 마련인데, 이 문제를 정부에 전적으로 맡겨두기보다는 과학과 사

회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중국인으로 일본에 유학 중인 도호쿠대학의 양스판 씨가 쓴 <사람들은 왜 서로 혐오하는가>는 코로나19 발발 직후 중국 내외에서 발생했던 혐오와 차별 문제를 다루면서, 유학에서 말하는 ‘측은지심’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발휘되지 못하는 원인을 현대사회의 ‘생명소외’에서 찾는다.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의 후속작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제2부는 경영과 시장의 변화와 노동의 문제를 다루었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유건재 교수의 <벤치마킹의 시대는 끝났다>에서는 코로나19가 한국 기업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더 이상 서구 모델을 모방하지 말고 ‘자생적 모델’을 창조하라”는 데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을 신뢰하는 유연한 근무 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윤정구 교수의 <전략경영에서 목적경영으로>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 이념을 시대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기업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서 단기간의 성과 산출에 집중하는 ‘전략경영’을 택했지만, 상호 교류와 유대가 요청되는 비대면 시대에는 펩시콜라와 같이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자기 기업의 존재 이유를 어필할 수 있는 ‘목적경영’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살림’의 이무열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와 뉴노멀 시장>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경제를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종래에 시장을 주도했던 모든 경험과는 다른 새로운 상상과 실험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회적 경제의 경우에는 ‘가치’와 ‘혁신’이 교차하는 ‘메타모델링’의 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은 변할 수 있을까>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 신태섭 님의 글이다. 인류의 모순을 응축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편리한 생활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사람 하기에 달려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제3부에서는 코로나19로 불거진 혐오와 생태의 문제를 다루었다.


(계간) <<다시개벽>> 편집위원이자 철학도인 성민교 씨는 혐오는 타자에 대한 소화불량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철학적으로는 위생과 도덕의 만남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 ‘혐오의 위생’에서 ‘생태적 위생’으로의 전환을 제안하였다.


(계간)<<다시개벽>>의 편집장이자 국문학자인 홍승진 씨는 <아감벤은 왜 생명을 잘못 보았나>에서 “코로나19는 일반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 현대철학자 아감벤의 발언은 비인간을 배제하는 서구적 ‘생명’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생명 개념을 동학에서 찾았다.


농부이자 생태운동가인 전희식 씨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태적 거리 회복>은 자립경제와 공유생활로의 전환을 통해 생태계의 회복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박길수 대표의 < ‘호모마스쿠스’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에서는 마스크가 일상화되는 과정에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자타불이의 세계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나눔의 의식, 마스크 보급제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반(反)자본주의적 요소가 발휘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가 쌓여 갔다고 분석하였다.


모심과살림연구소의 주요섭 연구위원이 쓴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이야기>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종래와 같은 소수 지식인의 ‘선언’ 형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와 형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제4부에서는 기독교를 비롯하여 유교, 원불교, 천도교의 입장에서 본 코로나 시대 종교의 역할을 논하였다.


서울기독교대학의 손원영 교수는 <한국 기독교를 위한 신학적 백신은?>에서 팬데믹 상황에서 요청되는 신학적 백신을 세 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첫째는 시대의 고통과 공감하며 연대하는 ‘프락시스 신학’이고, 둘째는 동아시아 종교 전통과 어우러지는 ‘융합의 신학’이며, 셋째는 신앙과 수행이 겸비된 ‘수행신학’이다.


독립연구자인 황상희 씨의 <감정의 참된 이해를 위한 오래된 미래의 지혜>에서는 조선시대 이래로 도덕감정을 중시해 온 한국의 사상 전통이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잘 발휘되었고, 이러한 한국의 감정론이 뉴노멀 시대에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원불교 교무인 이주연 박사의 <지구적 연대를 위한 뒤섞임>에서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에 등장하는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서적 결속을 통한 지구적 연대가 필요한데, 원불교에서는 이 문제를 융합과 혼종 그리고 은혜에 대한 강조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고 소개하였다.


천도교 한울연대의 임우남 공동대표는 <천지부모를 공경하는 삶으로>에서 오늘날의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인간이 지구시스템을 파괴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동학에서 제창한 “지구를 공경하는 삶”을 되찾자고 제안하였다.


도호쿠대학의 일본사상사연구실에서 유학 중인 최다울 씨는 <마음의 영성에 관한 세 가지 가설>에서 마음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맹목적인 ‘믿음’을 상대화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른다고 보고, 연결·합일·구분의 세 차원으로 나누어서 ‘마음의 영성’을 분석하였다.


제5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마당이다.


아트&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 있는 김유리 씨는 <어떤 인생을 그릴 것인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을 기계화해야 정상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기존의 관습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정상성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의 모습으로 입지를 다지는 청년이 될 것을 제안하였다.


천도교 청년회 운영위원인 서만원 씨의 <‘도로’ 청년이 되는 세대>에서는 기대보다는 불안으로 가득 찬 청년들의 세계를 코로나19로 인해 인류 전체가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청년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관계와 체계를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여성학을 연구하는 임소당 씨의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서는 코로나19와 디지털 시대에 청년들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청년들이 떠맡아야 할 시대적 과제, 그리고 청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제시하였다.


철학을 공부하는 박지은 씨가 쓴 <현실과의 대면이 가져오는 상상력>은 몇 달 전 발생한 ‘콜센터 집단감염’ 사건에서 드러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불안과 불평등 문제를 소개하면서, 비대면 시대에 소홀해지기 쉬운 현실과의 ‘대면’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는 민지오 씨의 <‘포괄적 언어’는 필요한가>는 성소수자 문제를 통해 포괄적인 중립어의 사용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안 언어의 사용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인간세에서 지구세로>에서는 내가 속해 있는 연구소에서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였다. 오늘날 서양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지구학’의 연구 성과에 자극을 받아서, 종래의 인간 중심과 유럽 중심의 인문학에서 지구 중심과 생명 중심의 인문학으로의 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지구인문학이다.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인식론적 전환이야말로 구한말의 개벽파가 말한 ‘다시개벽’이자 ‘정신개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상기후까지 가세되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려운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학에서 말하는 ‘일상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 생각한다. 한국 시민들의 덕성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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