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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Coast의 새빨간 맛, YG pt.1

LA 블러드 갱 YG의 갱스터랩만큼 화끈한 진국의 빨간 맛 힙합은 없다

by SideHustle

팔 미터 야자수, 캘리포니아 시그니처 거리의 대마향, 들썩이는 차에서 흘러나와 거리를 메우는 힙합.

Welcome to LA, the City of Angels.



LA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독보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미치는 도시라는 주장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시네필에게 LA는 수많은 고전 영화들이 탄생한 할리우드의 도시이지만, 필자와 같은 힙합 팬에게 LA는 뉴욕에 버금가는 힙합의 메카이다. 이곳은 힙합의 초창기부터 미 서부의 지역적 색깔이 진하게 녹아든 음악을 만든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고향이자, 힙합이 음악적으로, 대중적으로 발전하기까지 주춧돌이 된 곳이다.


하지만, 90년대 서부 힙합과 갱스터랩의 선풍적인 인기가 식은 후 LA, 혹은 웨스트 코스트에는 (미 서부 지역을 통칭하는 단어이지만 힙합에서는 LA를 흔히 ‘서부’라는 뜻의 웨스트 코스트, West Coast라 부르기도 한다) 신선한 바람이 불지 않았다. 오히려 90년대의 동서부 힙합을 듣고 자라서 아티스트가 된 Lil Wayne이나 Kanye West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LA는 끈질기다. 과거의 인기는 경력이 되었고, 한물갔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언제나 다시 발견되기 나름이다. 시간문제였다. LA는 또 다른 LA를 낳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화려하게 컴백한 LA의 중심엔 YG, Young Gangsta가 있었다.


# Memories of the Blood, YG from Bompton; 조직의 추억, 범튼의 YG

중남부(South Central)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햇빛은 긴장하지 않은 척하는 나의 얼굴을 달구고, 나는 눈살 찌푸린다. 거리를 두리번거리다 눈에 띄는 집 하나를 정하고 계산을 시작한다.

이 계획엔 총 4명이 필요하다. 운전자, 동승자, 벨을 누를 사람, 그리고 겁 없는 행동파 한 사람.

딩동. 인기척이 없다. 딩동. 월척이다.

문을 따면 우리의 보물지도가 열린다. 무조건 보석함을 먼저 찾아야 한다. 보석은 곧 현금이니까.


You find a house and scope it out
You find a crew and a driver
Someone to ring the doorbell
And someone that ain’t scared to do what it do
Ring the doorbell and knock
Go and get that jewelry box
They’ll give you cash back in the same day

- "Meet the Flockers" by YG


LA 남부 컴튼 출신 18세 키넌 드콴 잭슨(Keenon Dequan Jackson)은 2008년 강도죄로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한다. 그는 2년 전 16세에 197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창립된 블러드 갱 (The Bloods) 소속의 로스앤젤레스 트리탑 피루 갱(Los Angeles Tree Top Piru Gang)에 입단했고, 조직에서의 계급은 YG, Young Gangsta였다. 이로서 키넌의 운명은 정해졌다. 블러드 갱의 라이벌 갱 크립스 갱(The Crips)과의 경쟁으로 블러드 갱 조직원들은 알파벳 C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모두 B로 시작하도록 바꿔야 하고, 크립스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영원히 이별하며 빨간색으로 삶의 깊은 곳까지 물들여야 한다. 그리하여 키넌의 고향은 더 이상 컴튼이 아니라, 범튼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키넌의 이런 강도 높은 조직 생활은 아버지가 세금 사기죄로 복역하게 된 같은 해에 시작되었다.


20대의 YG


Where I’m from, that’s what the teenagers up to the mid-twenties is doin out there, they flockin, that’s big in the culture.


YG는 본인의 청소년기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LA 중남부에 사는 10대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소년들에게 집을 털러 다니고 조직에 가입하는 건 그저 그들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조직에 가입해서 청소년 시절을 비행, 범죄, 그리고 수감 생활로 보낸 YG이지만, 조직 생활의 경험이 아직까지도 블러드 갱의 일원으로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 YG는 키넌이라는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기까지 삶의 터전이었던 중남부 LA의 현실과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준 조직의 문화를 인식하고 계속해서 추억한다. 이는 YG가 남부 LA, 특히 컴튼이 아닌 범튼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방식이다.


서부의, 범튼의 아들 YG는 래퍼이기 전에 이런 사람이다.


빨간 그림자와 블러드 갱의 핸드 사인


# West Coast Legacy 1. Music; 서부의 유산 첫째, 음악

YG가 상속받은 서부의 유산 1번. 음악이다. YG는 N.W.A.와 2Pac을 포함한 Ice Cube, Snoop Dogg 등 유수의 역사적인 래퍼들이 창시한 정통적인 서부 힙합의 계보를 잇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서부 힙합을 대표하는 장르인 지펑크(G-Funk, Gangsta Funk)는 1990년대에 Dr.Dre의 프로듀싱으로 힙합에 한 획을 그은 이래, 새로운 아티스트의 등장과 미국 내 다른 지역의 힙합과의 결합으로 꾸준히 발전했다. 2010년대에는 서부에서도 지펑크 보다는 서부와 남부의 음악적 요소가 합쳐진 래칫 뮤직(Ratchet Music)이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Ty Dolla $ign이 프로듀스한 YG의 데뷔 싱글 Toot It & Boot It도 래칫 뮤직 특유의 반복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클럽에서 들릴 법한 가사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하지만 YG의 진가는 래칫 뮤직이 아닌 새롭게 탄생한 지펑크, 네오 지펑크(Neo-G-Funk)와 만나면서 발휘되었다. 자연스러운 조화엔 자연스러운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새로운 갱스터 보이스가 선보인 갱스터 펑크의 재탄생은 YG의 음악 커리어에서 정점이라 평가받는 앨범 <My Krazy Life>에서 선명하게 들린다.


<My Krazy Life> (2014)
<My Krazy Life> 트랙 리스트


<My Krazy Life>를 통해 YG가 그린 그림은 컴튼이 아닌 범튼을 활보하는 20대 언저리 블러드 갱의 미숙한 젊음이다. 블러드 갱에 입단하고 활동함에 대해 어머니에게 절반의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어머니의 진심 어린 잔소리는 뒤로 한 채 ‘오늘의 집’을 물색한다. 블러드 갱으로 범튼에 사는 것은 오묘한 일이다. 블러드 갱이기에 범튼에 뽑을래야 뽑을 수 없는 뿌리를 내렸고 또 그렇게 자랐지만, 컴튼이라는 생태계는 언제나 초긴장상태이고, 진정한 내 편을 찾느니 하늘의 별을 따오는 게 쉽다. 편 가르기도 지치면 오직 파티, 대마, 여자들만 찾으며, 그렇게 환각으로 녹아내린 긴장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보면 또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


YG는 이런 자신의 ‘미친 삶’을 단짝 콜라보레이터인 프로듀서 DJ Mustard의 비트에 맡긴다. DJ Mustard의 음악은 주로 래칫 뮤직의 클럽성을 살린 네오 지펑크 곡들이며, 중독성 강하지만 반복적인 신디 멜로디와 단순한 코러스가 가장 큰 특징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주로 파티에서나 들을 법한 곡들이 많다는 평이다.


DJ Mustard, YG


사실, <My Krazy Life>가 웰메이드 앨범이기는 하지만 힙합 클래식의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받는데, 가장 큰 이유는 다소 빈약한 예술적, 문학적 상상력이다. 이는 예술로서의 힙합의 본보기이자 이정표가 된 컴튼 출신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의 두 앨범 <good kid, m.A.A.d city>, <To Pimp a Butterfly>와 비교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켄드릭은 YG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컴튼을 이야기하며 미친 도시의 착한 아이(good kid in mad city)가 되었고, 비교적으로 YG는 미친 도시의 나쁜 아이(bad kid in mad city)였다.


그러나 YG와 켄드릭, 이 두 아티스트의 음악적 목표는 굉장히 상이하다. YG는 예술적 성취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한 리얼리즘에 더 집중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몇 차례 자신은 그저 자신을 보여주고 청자가 즐기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YG와 DJ Mustard는 좋은 듀오이다. 갱스터 리얼리즘의 부활과 클럽성이 동반된 네오 지펑크의 만남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들어보면 알 수 있다.




YG의 음악은 <My Krazy Life> 이후 조금씩 변한다. 이런 변화는 YG의 삶에 굴곡을 만든 많은 사건들과 동반되기에 그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그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 West Coast의 새빨간 맛, YG pt.2에서는 공동체, 정치, 브랜드 이 세 가지 키워드로 YG의 삶과 음악을 조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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