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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마테스 Feb 12. 2023

개강 전에도 조교는 바쁘다

미국에서 조교로 일하기 #2

제가 농담처럼 종종 하는 말이 있습니다.


조교의 개강은 1주일 빠르고, 종강은 1주일 늦다.


학생들은 수업 첫날이 곧 학기의 시작이고, 시험 마지막 날이 학기의 끝입니다. 반면 조교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기가 시작되고, 시험을 채점해야 학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조교는 학생들보다 1주일 일찍 일을 시작하고, 1주일 늦게 일이 끝납니다.


개강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조교들은 TA 미팅을 갖습니다. 학교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겠다만, 크게 general meeting과 course meeting 이렇게 두 종류의 미팅이 있습니다. 전자가 모든 TA들이 참석하는 학과 규모의 미팅이라면, 후자는 같은 수업에 배정된 TA들의 소규모 모임입니다.


General meeting에선 모든 TA들에게 적용되는 공지가 내려옵니다. 예컨대 이번 학기 실내 마스크 수칙이 어떻게 되는지, TA가 타주로 출장 갈 일이 있다면 어디에 보고해야 되는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누가 어떤 공지를 내리는지만 잘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관련된 일이 생기면 그분께 연락드리도록 합시다.


반면 course meeting은 같은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와 TA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 모임은 조교와 교수가 서로의 업무를 확인하고 합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수업을 운영하다 보면 단순히 가르치는 일 이외에도 숙제 수거, 점수 기입, 시험 채점 등 다양한 업무가 발생합니다. 이런 일들을 누가 책임지고 맡는지를 확실히 해두지 않는다면 한 학기 내내 피곤한 일들이 많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이 학기 초에 확실히 해두면 좋은 질문들, 제가 항상 course meeting때마다 물어보는 질문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볼까 합니다.


0. 용어 정리


예컨대 MATH 100이라는 수업이 있다 합시다. 이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는 B와 C가 있고, 조교로는 D, E, F가 있다고 합시다. A라는 학생은 이 수업을 신청했고, B교수와 D조교의 반으로 배정되었다고 합시다.

Course - A학생이 신청한 MATH 100을 말합니다.

Lecture - A학생이 참석하는 B교수의 강의를 말합니다.

Discussion Sections - A학생이 참석하는 D조교의 소규모 강의를 말합니다.

Office Hour - 학생들이 도움을 청하러 찾아오는 시간을 말합니다. 교수도 조교도 각자의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에 office hour를 갖습니다. 학생 A는 도움이 필요할 때 B교수나 D조교를 office hour 중일 때 방문합니다.


또한 각 수업마다 여러 직함과 업무가 있습니다.

Course coordinator - 해당 수업의 커리큘럼을 기획하는 분을 말합니다. 여러 교수들이 가르치는 course에만 있습니다. 주로 해당 course를 오랫동안 가르쳐온 교수가 맡습니다.

Instructor - Lecture를 가르치는 교수/강사를 말합니다.

Proctor - 중간고사 기말고사 감독관을 말합니다. 주로 TA가 맡습니다.

Grader - 과제 채점자를 말합니다. 주로 3~4학년의 대학생들을 고용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1. 조교의 업무에 관한 질문들


What do you expect from us to do beside leading discussion sections?

우리가 discussion section을 지도하는 것 이외에 해야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확실히 하냐 안 하냐로 한 학기 동안 예상치 못한 추가 노동이 생기냐 안 생기냐가 나뉩니다. 그러니 꼭 확실히 여쭤보도록 합시다.


주로 TA의 업무는 discussion sections, office hour, 시험 감독 및 채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교수들은 매주 정기적인 TA 미팅과 lecture 참관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근로 계약서를 확실히 숙지하고, 명시된 시간보다 더 많은 업무를 시킨다면 학과에 보고해 대책을 강구합시다.


How many hours of office hour do we need to have?

몇 시간의 office hour를 해야 하나요?

저희 학교의 경우는 1주일에 2시간 office hour가 필수입니다. TA는 office hour 시간을 마음껏 결정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시간에 하는 편이 좋습니다. Office hour에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을수록, 학기말에 학생들이 제출하는 TA평가가 좋아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Are there any graders in this course?

이 수업에 과제 채점자가 있나요?

만약 과제 채점이 너무 늦어지면, TA가 총대를 메고 grader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 때를 대비해 학기 초에 누가 grader 인지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2. 학생 출석에 관한 질문들


Are we taking attendance? When do we start counting?

출석 체크는 해야 하나요? 언제부터 출석 체크를 시작하나요?

학교별로 discussion section 참석이 필수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제 경우 UCSD는 필수가 아니었고, UIC는 필수였습니다. 참석이 필수라면 출석 체크를 꼼꼼히 합시다.


학기 첫 2주간 많은 학생들이 수강을 변경합니다. 덕분에 waitlist에 있다가 수업에 늦게 등록되는(added late) 학생들도 많죠. 늦게 들어온 학생들을 결석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첫 며칠간은 출석 체크를 건너뜁니다. 이에 대해서는 수업마다 차이가 있으니 교수님께 확실히 여쭤봅시다.


What is the maximum number of unexcused absences and what penalty do they get if they miss more?

결석은 총 몇 번까지 용인되나요? 그 이후에는 어떤 페널티가 있나요?

Discussion section 참석이 필수인 수업이라면 결석 수에 따른 페널티가 있습니다. 참석률이 학점에 반영되는 수업도 있지만, 여러 번 결석하면 학점이 강등되는 수업도 있습니다. 예컨대 제 미적분 수업에서는 6번 이상 빠지면 학점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는 벌점 제도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A-를 받을 성적이었으면, B-를 받게 됩니다.) 이런 제도를 letter grade drop이라고 합니다. 또한 특정 횟수 이상 결석하면 자동으로 낙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는데, 이를 automatic F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TA들에게 정말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이니, 학기 초에 확실히 숙지해 둡시다.


What about doctor's appointment/varisty/bereavement?

병원 약속/경기 원정/친인척 장례식의 경우는요?

모든 결석이 용인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용인되는 결석의 대표적인 예로는 병원 방문(doctor's appointment)이 있습니다. 학생의 양심에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로부터 학생이 병원에 정말로 다녀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노트, 이른바 doctor's note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교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스포츠 팀을 varsity team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시즌 중에 종종 다른 학교로 원정 경기를 떠납니다. 미국이 워낙에 넓은 땅이다 보니, 덕분에 수업을 여러 날 빠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Varsity team에 속한 학생은 학기 초에 자신의 경기 일정과 출장을 증명하는 서류를 교수와 조교에게 제출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가족 중 누군가를 사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bereavement 혹은 family grievance라고 합니다. 민감한 사항이니만큼 학생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특정 학생이 bereavement 사유를 너무 많이 남발한다면 교수에게 연락을 드려 확인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3. 수업 준비에 관한 질문들

Are there any course materials for the discussion sections or are we preparing them on our own?

Discussion sections을 위한 자료가 따로 있나요 아니면 우리가 알아서 준비하나요?

제 경우 UCSD에선 직접 수업을 준비했지만, UIC에서는 매주 수업 자료를 받았습니다. 후자는 수업 내용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자는 수업을 짜고 운영하는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Do you have any course schedule? If not, could you update me what you are covering every week?

수업 스케줄이 있나요? 없다면, 제게 매주 무엇을 가르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떤 분들은 학기 초에 수업 스케줄을 계획하지만, 어떤 분들은 상황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시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discussion section은 lecture의 복습과도 같은 시간이다 보니, lecture 중에 무엇을 가르쳤는지 알아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교수로부터 코스 스케줄을 받아두고, 없다면 귀찮더라도 매주 이메일로 교수에게 물어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TA course meeting에서 꼭 물어보는 질문들을 소개해 봤습니다. 이 질문들로 조금 덜 골치 아픈 새 학기 수업을 준비하실 수 있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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