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것,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 나를 구해주기를 기도했어 아무도 그런 그런 영웅은 되어주지 못했지 내 인생은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어 - '어디 있었니?' '지금 어디서 뭐해!' '무슨 생각하고 있어?' (라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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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이다. 바쁘다고 해서 어떤 결과물이 뚜렷한 건 아니라 초조하기도 하다. 연휴를 반납하고 출근을 했다. 쉰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진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또다시 마음이 아픈 상태라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 작업이 더 잘 된다는 이유도 있다. 마침 근무를 하고 있는 건물이 배관 공사를 하는 덕분에 적적하지 않아 좋았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퇴근을 하려고 하니, 로비의 문이 잠겨 있었다. 그냥 잠긴 것이 아니라, 공사로 인한 출입을 막으려는 듯이 사슬과 자물쇠로 묶여 있더란 말이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가 근무하고 있는 것을 관리소장님이 보고 갔었는데, 이걸 그대로 잠갔다고? 숙직실 (로 예상되는) 곳에 가보니 불도 꺼져 있었다. 뭐야 저기요, 여기 사람 있는데요! 건물에는 아무도 없이,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혼자인 셈이었다. 어찌 저찌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내려간 셔터를 강제로 올려 나올 수 있었다. 그날 밤에는 끔찍한 악몽을 꿨다.
" 신경정신과에라도 가보지 그러니? "
" 아녀요, 오늘은 잘 먹고, 잘 잘게요. "
요 며칠 새, 고성에 가까운 잠꼬대를 하고 있는지,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잘 깨닫지는 못했지만 최근의 그 악몽을 꿀 때는 내가 인지 할 정도로 큰 소리를 쳤고, 일어나니 목이 갈라지고 에어컨을 튼 채로 잤는데도 땀이 흥건했다. 꿈에는 여러 사람들이 나온다. 꿈이다. 꿈일 뿐이다. 대부분의, 꿈에 나오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볼 때는 잘 웃기 때문이다. 혹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 질문이 괜찮냐는 질문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었다. 말 한마디에 감정을 더하면 안 된다. 걱정은 단순히 걱정으로 받아야지.
사실, 세상은 함께 사는 세상이라고도 하며, 어디 사는지도 모르던 누군가의 사고나 불의에 스마트폰으로 울분을 토하는 사람이 몇십만 명, 혹은 몇백-몇천 만 명이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나는 반갑게 '연휴에 고생 많으세요.' 라며 서로 인사를 했음에도 컴컴한 건물에 혼자 갇혔었단 말이다. 그만큼, 지독히도 자신의 시점으로 살아가는 것 역시 세상이다.
아무리 혼자를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이 즈음하면 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까지 세상이 컴컴했던 때가 있었나. 언젠가의 팝송에서 친구를 사귀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충고가 담긴 가사가 떠올랐다. 물론 현실의 나도 현실의 부모님께 듣고 있는 이야기기도 하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이해가 가려고 한다.
바쁜 나날이다. 누군가가 알아주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세상에 살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서 바쁜 나날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누군가가 알아주고 있고, 알려고 노력하고, 나를 보고 있는 세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은 부끄럽거나, 잘못된 순간에만 쳐다보는 것만 같아서 또 컴컴한 곳에 숨은 채 혼자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똑똑, 일상생활 가능하신가요?
도무지 이 컴컴함을 참을 수가 없어 내일 다시 시작하는 일들을 앞두고 울적한 마음에 전화번호 목록을 돌려보았다. 사실 꽤 많은 전화번호들을 지웠다. 작년인가 300개를 지웠고 올해도 100개 정도를 지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필터링했다면 사실 남은 연락처 중 하나 즈음은 '뭐해?'라고 물어볼만한 전화번호가 남아있을 법도 한데, 놀랍게도 하나도 없었다. 물론 내일이면 다시금 나에게 연락이 올 연락처들은 가득하다. 남들은 이렇게 대화하고 관계를 가지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모두가 '뭐해?'라고 말도 못 꺼내는 삶이라면, 세상은 멈췄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팝송의 구절처럼 친구나 아내와 같은 거창한 것을 바라지도 않고, 어차피 잘 알지도 못하는 행복 같은 것이 툭 하고 떨어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요즘에는 바쁜 나날의 보상이라고 하기엔 무엇하지만, 말 다운 말이라도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냥 시답잖게 '뭐해?' 라던가, '뭐 하고 있어?' 따위의 질문을 받고 싶을 뿐이다. 꿈이기에, 말을 하고 싶을 때는 아쉬운 대로 이렇게 글이라도 맘껏 마음대로 쓴다. 사실 이 글에는 조그마한 것을 숨겨 놓았다. 그렇게나마 속시원하게 '말'을 하지 않으면 정말 그럴 것 같기 때문이다. 말은, 꿈이기 때문이다. 고작, '뭐해?' 따위가 누군가에게는 그런, 거창한 꿈이다. 장난으로도 보낼 수 없는 컴컴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무도 모를 바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