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초록으로 변해가는 계절 안에서는
마음 따위 잊어도 좋다고
어떤 서러움이 나를 삼키려 할 때
모른 척 등 돌려 누워버리라고
죽은 사람을 지나치는 곰처럼
어떤 아픔은 잊으면
저절로 지나간다고
잠시만 아프지 않게 있자,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을 때에
어떤 고통도 없는 창문 아래
초록으로 물드는 누구의 말소리를,
투닥이며 뛰어가는 발걸음을 쫓아가며
눈길 끝에선 웃음 한 모금
그것이면 오늘 목을 축이기에는 충분하겠다고
잠시만 그렇게 잊자,
이번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우리는 무사할 거야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울음소리
서러움이 묻어있지 않은 표정
우리는 괜찮을 수 있을 거라고
창밖의 풍경은 점점 더 파랗게
파랗게 물들고 있는 걸
잠시만 이렇게 있자
이번 계절이 지날 때까지
바야흐로 모든 것이 푸르름을 되찾는,
망각의 계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