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8일차

by 심색필 SSF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도파민과 타인의 인정이었던 것 같다.


“이번 수상자는 XXX학교 XXX입니다.”


남들은 그 정도로 무슨 도파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당시 체대 출신으로 처음 대학 창업리그에서 수상을 했었다. 오랫동안 버티고 고생한 뒤에 오는 승리에 대한 짜릿함, 질 것 같은 승부에서 이겼을 때의 성취감이 내게 있어서는 일을 할 때 가장 큰 도파민인 것 같다.


“참... 어쩌다가 네가 글을 쓰고, 연기를 하고 있냐?”
“계곡 위에 떨어진 잎새처럼 그냥 흘러가는 거지.”


지금의 일도 정말 우연의 우연을 걸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본업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때가 항상 원동력이 되었다.


“야... 너 글을... 생각보다 좀 잘 쓴다?”

“어... 뭐야? 너 연기를 좀 잘하는데?”


사실, 이전에 들었던 그 별거 아닌 말이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었다. 매일이 같은 하루하루에 지쳐있던 그때, 가슴속에 장작을 던 져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하고 싶었다. 이겨내고 싶었고, 초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보다 위에 서고 싶었다.


“원래 글 처음 쓰면 그 정도는 다 써요. 전공생이 아니시니까...”

“뭐... 연기 전공은 아니죠? 아... 딱 그래 보여서요.”


언제나 새로운 업계를 가면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범의 입장에서 하룻강아지를 보는 듯한 그런 고압적인 시선들. 지금의 필드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했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시선을 깨는 데 있어서 남모르게 쾌감을 느끼고는 했다.


“사업 그렇게 하면 안 될걸?”

“운동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아... 넌 승부사 기질이 없네.”

“아직 크려면 멀었다.”


모든 싸움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런 말을 한 몇몇을 꺾어본 경험이 있다.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꼬실 수가 없었다. 온몸에 전극이 작용하는 듯한 그 순간은 대부분이 역전의 순간이었다. 언더독의 반란. 벼랑 끝에 몰린 쥐가 뱀의 목을 찢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내게는 어쩌면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이제는 그렇게까지 열을 내면서 누군가를 대하지는 않는다. 나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급작스러운 뜨거움은 오래 연소되기 힘들다는 걸 느꼈고, 이제는 나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조금은 도파민을 느낀다.


“하아... 진짜 존나 피곤한데... 결국 했네.”


캘린더에 쌓여있는 수많은 공모전 일정들과 업무일정. 부서질 것 같지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성취해 나갈 때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성공이라는 그 무언가 앞에서 번번이 쓰러졌지만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건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역전의 기회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그런 확신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X발. 하면 하지.”


대학교 1학년 때 선배들의 괴롭힘과 갈굼에 동기들끼리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었다. ‘하면 되지.’가 아니라 ‘하면 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도전하고 될 때까지 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생각은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힌 의식 중 하나가 아닌 가 싶다.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그냥 했고, 언젠가 나를 보며 비웃었던 사람들이 나를 보며 놀라는 순간이 올 것임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 언젠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도파민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뭐. 될 때까지 하면 결국은 되니까...


8일차 그림 Copilot_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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