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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에 찾아오는 13월의 월급

교수들의 연말정산

by 시골살이궁리소

교수 직업자에게 학기말에 찾아오는 13월의 월급이 있습니다. 학기가 끝나는 6월의 중간정산 그리고 12월에 학생들이 평가를 통해 연말정산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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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평가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세금보다 더 기쁠 수도 있고, 더 내야 하는 세금보다 아프기도 합니다. 결과에 따라 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 경우도 있을 테고, 내가 이러자고 교수가 되었나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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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래서 어쩔 건데?' '문제없다' 식의 大盜無問식의 큰 도둑도 있을 겁니다.

저는 아직 대도까지는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교수로 임용되고 지난 13년간 좀도둑질은 꽤나 일삼은 것 같습니다.


한편 저는 작년에 원인모를 이유로 저의 모든 강의자료가 저장된 2TB 용량의,

외장하드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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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보고서를 쓰다 날아가 버린 경험 있으신가요?

불과 몇 시간 고민해서 적은 글이지만 다시 적으려면 못 적을 것 같은 좌절감. 수년간의 강의자료가 아예 통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모식도를 만들거나 사진 디자인을 하느라 슬라이드 한 장에 몇 시간씩 공을 들이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전문업체에 비용을 주고 복구할 수도 있지만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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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차라리 초심을 복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비용만을 생각한다면 외부 강연 한 두번 다녀오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강의자료를 지금 생각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 만들자면

두 달의 겨울방학을 온전히 투입해도 부족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맘먹으니 갑자기 두 달의 겨울방학이 짧게 느껴집니다. 그나마

강의 준비할 때와 강의할 때가 가장 행복

하니 선생이 천직인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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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영업자가 아닌 대학교수에게도 코로나의 상처는 아프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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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는,

한 반에 90명이 수강하는 수업

을 열었는데 수강신청이 늦어 등록을 못한 청강생은 일찍 오더라도 정식 수강생에게 자리를 내주고 뒤편이나 통로에 별도의 의자와 책상을 놓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들어봐야 학점을 얻을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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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 학기부터는 200명 이상이 수강하는 강의를 열어보겠다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후에 발생한 코로나가 저의 설렘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겨울방학 동안 시나리오도 다시 쓰고, 이전처럼 농산업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게스트 출연진 섭외도 마치고, 리허설까지 탄탄하게 해서 3월 무대에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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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번 학기는,

'미래 농산업'이라는 교과목을 60명씩 3개 반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좋은 작품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타 학과 학생들까지도 입장해서 언젠가 200명 객석을 채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나아가서는 미래 농산업 과목을

타대학과의 온라인 연계 강좌

이거나 학점은행제를 개설해

시골살이를 준비하는 분들

또는

현직 농업인들에게도 개방

해 천 명이 듣는 강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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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난 학기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 오히려 비대면이다 보니 강의실에서 파워포인트를 열지 않고

농산업체 현장을 찾아가 진행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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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대면에서의 학생 전체가 현장까지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 제약을 받지 않아 훨씬 알차고 풍성해진 교육

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2년 연말정산 결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겨울방학 동안 심기일전해야겠습니다.


채상헌 교수 :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ka50@yonam.ac.kr 041-5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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