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돌뱅이가 됐어야 했는데
늦었나 보다
메밀꽃 핀 날 봉평 장날
낮달도 지지 않아 천막을 걷고
서두른 파장
동강길 따라 가파른 등짐을 지고
묵호 어물전
소금기 쩐 좌판에 주저앉아
얼굴 붓도록 막걸리를 마시다 보면
늙은 주모 옆구리서 봄날의 해풍이 불고
등대마을 아침은 일출의 핏빛 파시
푸른 비늘 생배나 따며 눌러살까 하다
저토록, 바다빛깔 좀 봐!
떠돌다 맞은 갱년기 저녁 기슭
방랑의 줄배를 매고 들른 낙동강 삼강주막
여울소리에 가을비 뒤척이는 밤
눈빛만 스친 사랑은 그제야 놓아주고
먼 곳부터 저며오는 실족의 세월
차라리 장돌뱅이로 떠돌았어야 했는데
길에서 길을 잃었네
이제는 아예 늦었나 보다
너에게로 가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