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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May 23. 2024

실족

장돌뱅이가 됐어야 했는데

늦었나 보다


메밀꽃 핀 날 봉평 장날

낮달도 지지 않아 천막을 걷고

서두른 파장


동강길 따라 가파른 등짐을 지고

묵호 어물전

소금기 쩐 좌판에 주저앉아

얼굴 붓도록 막걸리를 마시다 보면

늙은 주모 옆구리서 봄날의 해풍이 불고

등대마을 아침은 일출의 핏빛 파시

푸른 비늘 생배나 따며 눌러살까 하다


저토록, 바다빛깔 좀 봐!


떠돌다 맞은 갱년기 저녁 기슭

방랑의 줄배를 고 들른 낙동강 삼강주막

여울소리에 가을비 뒤척이는 밤

눈빛만 스친 사랑은 그제야 놓아주고

먼 곳부터 저며오는 실족의 세월


차라리 장돌뱅이로 떠돌았어야 했는데

길에서 길을 잃었네     


이제는 아예 늦었나 보다

너에게로 가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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