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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Jun 11. 2023

#1. 뮤지컬 <시데레우스>, 이것이 시작이었다

소극장 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주다

*뮤지컬, 연극, 공연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이해가 담겨있는 글이 아닌 그저 취미생활의 기록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된 뮤지컬 <시데레우스>, 이것이 시작이었다


대학로에서 5년 넘게 일을 하면서도 막상 뮤지컬이나 연극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공연장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몇 년 전 일 때문에 뮤지컬에 대한 글을 받아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흥미가 생겼습니다. 글에 쓰여있는 뮤지컬의 장면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거죠. 그러던 중에 친구의 추천으로 대학로에서 하고 있던 뮤지컬 <시데레우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 캐스팅 보드

처음 Yes24스테이지에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이전까지는 같은 건물에 있는 고봉민김밥에 점심 먹으러만 갔었습니다. 저녁에 공연을 보러 가니 새삼 분위기도 다르더군요. 그리고 사람이 무척 많아서 놀랐습니다. 괜히 대학로가 공연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또 놀라운 점은 젊은 여성 관객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었죠. 남자는 저를 포함해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다는 것도 처음에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로비에서 어색하게 기다리는데 다들 오늘 출연진이 나와있는 캐스팅보드를 찍길래 기록도 남길 겸 해서 저도 얼른 찍어두었습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는 공연장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극장소극장해서 정말 작은 공간을 상상했는데 꽤 넓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고 나서 보니 Yes24스테이지 1관은 대학로 소극장 중에서는 규모가 꽤 큰 편이었습니다.)


대학로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주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예상보다 큰 무대에서 하는 뮤지컬에 겨우 3명의 배우가 출연하다는 사실이었죠. 뮤지컬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작품들이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베카 같은 대형뮤지컬이다 보니 이렇게 3명이 하는 뮤지컬이 가능하다는 게 당시에는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이전에 대학로에서 봤던 뮤지컬 <빨래>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7, 8명이었으니 더 놀라운 일이었죠. (몇 년을 보다 보니 뮤지컬도 연극처럼 1인극이 있다는 게 더 충격....!!) 그런데 이 3명의 배우는 3명으로도 충분히 무대를 가득 채우고 관객들을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 작품의 스토리였습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과 종교재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여기에 지동설을 독일의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와 함께 연구했다는 상상, 그리고 딸 마리아와의 이야기까지 더해서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국내 창작!!!뮤지컬입니다. 도대체 작가가 어떤 상상을 하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검색을 하다 보니 갈릴레이가 딸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남아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내용들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정말 멋진 이야기가 완성되었나 봅니다.


이 작은 공연장에서 이렇게 적은 배우로 이토록 놀라운 이야기를 보여주다니!! 보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일한 시간이 얼만데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야 본거지라는 후회가 생길 정도였죠.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충격은 이 정도로 하고 작품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시데레우스>는 앞서 짧게 이야기했듯이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등장인물은 갈릴레오, 케플러, 마리아 3명입니다.


극은 수녀가 된 갈릴레오의 딸 마리아가 그의 이단행위(지동설)에 대해 답신을 달라는 교황청의 명에 따라 갈릴레오의 지난 행적을 찾아보면서 시작됩니다. 갈릴레오는 마리아에게 자신의 서랍에 있는 편지들을 태워달라고 편지를 남기는데요. 마리아는 그곳에서 '요하네스 케플러'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들을 발견하죠. 그 편지들은 두 사람이 지동설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극은 이제 과거로 돌아가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처음 알게 된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후에 함께 천체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재밌게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연구를 통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을 완성합니다.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는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극에는 동명의 넘버도 나오는데요. 연구의 성공에 기뻐하는 장면이라 무척이나 희망차고 밝은 노래입니다. (실제로 갈릴레오가 쓴 책이고, <시데레우스>라는 극의 제목도 여기서 나온 듯합니다)


<시데레우스>는 바로 이 책을 갈릴레와 케플러가 함께 썼다는 상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에 몰두하면서 방에서 나오지 않던 아버지 갈릴레와 멀어지게 된 딸 마리아와의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끝의 시작> 악보를 받았습니다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를 '넘버'라고 하는데 <시데레우스>는 넘버가 굉장히 좋습니다. <살아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얼룩> 같은 대표적인 넘버들은 유튜브에 검색하시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난 떠나>, <끝의 시작> 넘버도 좋아하는데 역시나 검색하면 나옵니다.


<시데레우스>는 저에게 대학로 소극장의 매력과 창작뮤지컬의 재미를 모두 알려준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이 재밌는 걸 왜 나만 몰랐지 하는 마음도 들고요. 다른 극들도 봐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만든 극이었습니다. 요즘은 다른 극을 봤다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2년 만에 시데레우스가 돌아서 보러 갔었는데요. 역시나 좋더라고요. 내년에는 또 돌아올까요. 오늘도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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