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여서 웃고, 반짝여서 울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네 명의 주인공은 보육원에서의 마지막 오픈데이(후원자들이 와서 아이들을 보고 입양이나 후원을 결정하는 행사인 듯합니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픈데이를 놓치면 그들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 보육원을 떠나야 합니다. 오픈데이를 준비하며 놀이방 청소를 하다가 어릴 때 비밀연극을 했던 책을 발견하고, 에이미는 마지막 비밀연극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찰리는 함께 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래도 그들의 비밀 연극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다시 비밀 연극 밖으로 나와서 찰리는 계속해서 함께 하기를 거부하죠. 그리고 마지막 오픈데이도 망치고 맙니다. 찰리는 마음과 달리 친구들에게 화를 내고 혼자 뛰쳐나갑니다. 하지만 메리가 찰리를 찾아와 비밀 연극을 처음 시작했던 때를 이야기하고 찰리는 마지막 비밀 연극을 함께 하기로 합니다.
찰리는 콜린을 연기하는데요. 콜린은 침대에만 누워서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만을 하고 지냅니다. 너무 오래 누워만 있어서 다리에 힘이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메리를 만나서 비밀의 화원을 알게 되고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밀의 화원으로 나가서 일어서서 걷기에도 도전하죠.
여기서 찰리도 콜린처럼 스스로 일어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나아갈 힘을 찾는 것인데요.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외치는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이처럼 <비밀의 화원>은 비밀 연극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토리도 반짝반짝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무대와 음악입니다. 무대는 특별하게 장치가 많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평범함 뒤에는 화원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다가 화원의 문이 열리는 순간 눈부시고 아름다운 무대를 목격할 수 있는데요. 그 순간 정말 놀라운 건 '꽃향기'가 함께 퍼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4D!!) 그래서 이 공연을 보고 나면 연기, 무대, 노래뿐만 아니라, 향까지 마음속에 남습니다.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천재적인 연출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요. 향이 함께 나오면서 관객들도 실제 비밀의 화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향마저도 아름다운 공연이라는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요. (공연이 끝나는 주쯤에 디퓨저를 팔았었는데 선착순이라 사지 못했던 기억이...)
음악들도 너무나 따뜻합니다. 무대 한편에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기타를 든 4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는데요. 넘버들은 가사 없이 들어도 무척이나 따뜻한 느낌인데 가사가 더해지면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혼자서는 법', '책을 펼쳐', '상상', '울새와의 하루' 같은 넘버들을 듣고 있으면 삶에 찌든 때가 씻겨져 가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에 이런 힐링극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 공연은 정동극장에서 했었는데요.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만족도 조사 같은 걸 했는데 얼른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적었습니다. 내년에는 (할 거라는 확신..) 봄처럼 활짝 피어나는 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공연, 뮤지컬 <비밀의 화원>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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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공연을 보기 전에 스트레스가 심하고 기분도 안 좋았는데 이미 예약을 해놓은 거니까 봐야지 하고 기대 없이 보다가 할 수 있어 소리를 듣고 오열할 뻔했다는 TMI로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