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사랑스러운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들,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어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간 브런치에 글은 쓰지 않았지만 착실하게 드나들며 오늘은 누가누가 좋아요를 눌러주셨나, 오늘은 몇 분이나 내 글을 읽어주셨나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음침하게 염탐하고 있었습니다. 출석도장 찍어서 포인트 주는 그런 거 했으면 저는 애저녁에 스타벅스 커피를 하나 바꿔먹었을 겁니다.
각설하고 본론부터 꺼내보자면 정말정말 좋은 출판사의 대표님과 편집자님께 간택을 받아 올해 책을 내게 될 것 같다는 겁니다.(아 물론 제가 투고했습니다.) 저와 정말 결이 잘 맞는 출판사입니다. 처음엔 결이 맞는 출판사, 결이 맞는 작가, 이런 건 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글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저희와는 결이 맞지 않을 뿐이니 꾸준히 쓰셔서 결이 맞는 곳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반려 메일 다들 받아보셨죠? 처음엔 출판사에서 작가의 투고 메일에 거절하기 딱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출판사를 만나고 깨달았습니다. 이 '결'이라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요.
아직까지 책 한 권 내본 적 없는 그야말로 날것의 신인인 저에게 선뜻 원고가 좋다며 함께 책을 만들어 보자고 해주신 팀 마누스 너무너무 사랑하고 애정 합니다. (이제는 마누스에서 출간하신 다른 작가님들도 애정 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처음엔 이렇게 우울한 글이나 써제껴서 과연 누가 읽어나 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한 작가 지망생일 뿐인 제 글을 읽어주시고, 또 재밌다고, 잘 썼다고, 그런 말들을 해주실 때마다 제 마음은 추운 겨울날 손난로마냥 뜨끈해졌습니다. 언젠가 한겨울에 밖에서 친언니를 만났을 때 뒤에서 몰래 다가가 "갖고 있는 손난로 다 내놔. 소리 지르면 뽀뽀한다." 하고 장난을 친 적이 있습니다. 제게 독자님들은 손난로입니다. 만춘이의 뽀뽀를 받아주...(탕)
책 출간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예정입니다. 조금 쌀쌀해지는 늦가을 즈음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물론 그건 제가 꼬박꼬박 마감을 지켜냈을 때의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런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카페에서 인스타 갬성샷을 찍다가 사진 한 귀퉁이에 함께 딸려 나와도 창피하지 않을 만한 책.
그런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 지금 이런 거 읽고 있어,라고 sns에 은근슬쩍 자랑해도 창피하지 않을 만한 책. 지하철에서 남들이 표지를 쳐다봐도 당당히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요. 여러분들이 자랑하기 창피하지 않도록 열심히, 열심히 좋은 책 만들어 볼게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여지껏 내 손으로 씻기고 입힌 것 중에 이만큼 예쁜 것이 있었나.'
30년 인생에서 제 손으로 이뤄낸 업적 중 가장 황홀하고 예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3년간 저와 한 몸이었던 <공황장애 공항직원>입니다.(그리고 출간계약서...)
아무래도 이제 코로나도 슬슬 자취를 감출 모양이고 항공업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네요. 과연 만춘이는 다시 공항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끝까지 구독을 눌러주셔야겠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