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친구는 아니잖아?
“어디 가지? “
“음.. 안동 갈까요? 월영교 야경도 볼 겸?”
“이 시간까지 조명이 켜져 있을까?”
“켜져 있지 않을까?”
“모르겠네…”
세 명이 다 모이고 어디 갈지 고민 중인데..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그런지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속는 셈 치고 다들 자주 가는 곳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뭐.. 야경이 없어도 문제없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냥 달리는 게 재미있으니까?
“일단 가보죠? 켜져 있던 꺼져있던 뭐 거기 가서 커피 한잔 먹고 오면 되겠지요~”
“그래 그러자~”
내 말에 더 이상의 지체 없이 바로 이동을 시작하였다.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함께라는 게 참 좋은 거 같다.
“어? 저 턱끈 안 했어요 오빠들 먼저 가요 ~”
20분 정도 달렸을까? 턱끈 안 한 걸 알아서 중간에 서행을 하면서 정차를 했다.
먼저 가라고 했는데도 같이 세우더니 느긋하게 다들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러면서 쉬어가는 거지 뭐~”
주혁이 오빠의 능글맞은 말과 함께
“쉬었다가 가자~”
규진오빠 마저 웃으며 이야기했다.
턱끈을 매려다 나도 헬멧을 벗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오빠 밤바리 못한다더니 역시 아는 길이라 잘 달리네요?”
“아는 길은 잘 가지~ 초행길만 좀 갈 뿐”
“오빠는 내가 앞에 있어서 좋죠?”
“당연하지 난 너만 따라가면 되니까~”
규진이 오빠는 밤눈이 안 좋은 데다 빛 번짐이 심해서 앞에 서서 가면 잘 안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앞사람 후미등 보고 달리는 편이라고..
문제는 앞사람이 사고가 나면 같이 나는 거고.. 앞사람이 운전을 잘하면 뒤 사람들도 안전한..
그래서 더 조심히 운전하게 되는 거 같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느긋하게 가도 될 거 같은데?”
“급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밤이라 그런지 차도 밀리지 않고.. 길도 좋아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는 느낌이다.
[의외로 빨리 도착이네~~]
[글네~ 근데 은근 차들 많은데?]
[그러게?]
[아직 날이 좋아서 그런가 봐요]
금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차들도 많이 보였다.
다행히 조명도 아직 꺼지지 않아서 더 좋았던 거 같다.
우리들은 편의점 앞에 이쁘게 주차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는데 오빠들은 익숙하게 화장실로 바로 달려갔다.
급하면 이야기를 하지.. 중간에 세… 아.. 없구나…
난 그다지 급하지 않아서 음료 코너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었다.
“저기..”
“네?..”
그때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금방 바이크 타고 오셨지요?”
“네..”
“아.. 제가 바이크에 관심이 많아서요”
“아.. 네..”
“어디서 오셨어요?”
“아랫동네에서 왔어요”
“아.. 어디요? “
“대구요”
“어? 번호판은 아니던데?”
뭐지…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묻는 거지?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니 다음 질문이 던져졌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마지막 질문은 불쾌해서 그 음료를 바라보던 눈을 거두고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네 있습니다”
뜻밖에도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규진이 오빠의 목소리였다.
“아..”
일행이라는 건 들어올 때부터 티가 났으니..
오빠의 등장으로 그 사람은 살짝 주춤거리는 듯 보였다.
그리고 다정하게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쪽이.. 남자친구예요?”
“그럼? 여자친구겠어요?”
“아..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답답하니까.. 제발.. 눈치껏 알아서 좀 가줄래요?”
규진이 오빠의 말에 결국 그 사람은 구시렁거리다 결국 뒷걸음치며 사라졌다.
“고마..”
“너도 참 힘들겠다.. 잊을만하면 저런 사람들이 나타나냐?"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팔을 살짝 내리더니 이내 내 말을 자르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흘리듯 말하다 이내 음료코너를 둘러보는 규진오빠..
”서희는 커피 마실거지?"
“네~”
능숙하게 커피를 고르고는 앞장서서 계산을 하고 나갔다.
“이런 사소한 거 까지 그렇게 미안해하며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아.. 그래도…”
“그냥 고마워만 해도 돼.. 왜 미안해하는 거야?"
전과는 좀 다른 차가운 느낌의 질문..
말에 뼈가 있진 않은데 그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도 차가움이 묻어나는 질문에 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그게..”
“저런 사람들이 꼬이는 건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저 사람들이 잘못한 거지 그러니까 네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항상 여자가 잘못해서라고 하는데..”
“아니야.. 그게 어떻게 네 잘못이야 네가 뭘 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라면 이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
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식은 감정이 아닌 그저 이런 상황을 내 잘못으로 여기는 것에 마음에 안 들었다는 게.. 순간 무섭기는 했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이 사람이랑 있으면.. 언제나 두렵지만.. 그 두려움보다 감동과 즐거움이 배가 되는 거 같다.
그리고.. 너무 편하고 가식을 떨어도 되지 않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어? 내 거는?”
“아.. 맞다.. 미안 까먹었네.. ㅋㅋㅋ”
그때 잊고 있었던 주혁이 오빠가 되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저 오빠 거를 안 챙겼구나;;..
삐진 듯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는 주혁오빠
혼자 보내기 그래서 일어나려고 하니 규진이 오빠가 잽싸게 일어나더니 앉으라는 제스처를 보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또 아무도 없다고 아까 같은 사람들이 오는 건 아니겠지?
걱정 스런 마음에 살짝 둘러봤는데 다행히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여자친구겠어요?'
아까 오빠가 한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그럼 여자친구겠어.. 그 말은 상대에게 남자친구라는 의미로 한 말일까..?
그 사람은 규진이 오빠의 말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을까..?
어깨를 잡던 규진이 오빠의 손길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매만졌다.
"갑자기 비가 왜 이리 오냐... 우와.. 미쳤네.."
"우와... 진짜 소나기도 아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진대요?"
"그러게.. 오늘 비 예보도 없었는데.."
복귀를 10분 정도 앞두고 우리는 버스정거장에 대피를 했다.
"우와...."
나는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움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갑자기 비라고..?
"우리야 10분만 가면 집이라 상관없는데 서희는 어떻게 해?"
비를 바라보며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규진이 오빠..
난 순간 주혁 오빠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에서 이사 왔다는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음..."
내 눈을 한번보더니 별 말을 하지 않는 주혁오빠..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내뱉었다.
"여기서 바로 빠지면 네 집이 가깝지 않나?"
"그렇기는 하지?"
"잠깐 비 소강하면 거기서 좀 쉬고 가면 되지 않나? 난 지금 집에 여자친구 와 있어서 바로 가야 할 거 같고 나야 거기서 10분만 더 가면 바로 집이니까 이미 비 맞은 거 어쩔 수 없고"
아니.. 갑자기 대화가 왜 그렇게 흘러가?
오빠가 그냥 나랑 같이 내려가 준다고 해야지?
"나야.. 아무 상관이 없는데.. 서희가 불편하지 않을까?"
"아.. 얘 그렇게 신경 안 쓸걸? 모르는 사람 이면 싫어해도 이미 둘이 좀 친하지 않나?"
"나야.. 그렇기는 한데 서희는?"
"아.. 저.. 저도 뭐.. 친하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버무리듯 대답을 했다.
오빠는 친하다고 생각하겠지요.. 저는 좀 더.. 그 이상인 거 같지만...
규진이 오빠를 바라보는 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집 가서 비 그칠 때까지만 쉬었다가 갈래? 날씨 보니까 갑자기 비로 바뀌었는데.."
"아.. 그래도 괜찮으면.. 그래도 될까요?"
다음에.. 나 이사한 거 알게 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어떻게든 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한데..
"그래 괜찮아 혹시 불편하거나 좀 그러면 이야기해"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그런데.. 오빠집 가면.. 아이들도 있을 거고.. 와이프도 있을 텐데..
분명.. 후회할 거 같은데.. 그래도.. 그래도 조금만 더..
그리고 궁금하기도 하다.. 이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할지.. 이런 생각하는 거 진짜 나쁘고 역겨울 수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해보자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하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이런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지금 살짝 비 약해졌는데 바로 출발할까?"
"그럴까요?"
우리 둘을 바라보던 주혁이 오빠의 제스처로 우리들은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바로 출발했다.
"내가 앞장설 테니까 나 따라오면 돼"
"네 그럴게요"
규진이 오빠 뒤를 따라가는 일이 잘 없어서인지..
새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가지 않아 규진이 오빠네 집인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느낌은.. 내 집이랑 크게 먼 거 같진 않은데.. 나중에 한번 찍어봐야겠다.
[입구가 약간 미끄러울 수 있어 그러니까 조심히 내려와]
[네네 그럴게요 그런데 외부인이 주차해도 문제없어요?]
[응 괜찮아 차는 방문증 받아와야 하는데 바이크는 크게 뭐라 하진 않더라고]
[아..]
[내 집에 오는 첫 번째 여자가 된 걸 축하해]
[네?.. 아.. 네네 감사해요~]
첫 번째 여자라는 건.. 아마도 가족이나 와이프를 제외하고 하는 말이겠지?
그것만으로도 고맙네..
오빠가 주차한 자리 바로 옆을 가리키길래 바로 옆에 주차를 했다.
"집이 조금 어수선할 수도 있으니 이해해 줘"
"아.. 괜찮아요 제 집도 그래요"
이삿짐 다 들어오고 천천히 정리 중이라.. 제 집이 제일 어수선할 수 있죠..
애들 키우는 집은 어쩔 수 없지요..
"들어가자.."
대충 정리를 다하니 먼저 안내해주듯 들어갔다.
애 아빠라서 그럴까? 집에 가족들이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일까?
남자집을 가는데도 걱정이 되거나 두근거리는 마음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여기야.."
라며 문 앞에 서서 미소를 짓는 순간..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남자집에 들어오는 거 괜찮겠어?"
"아..."
왜 이렇게 물어보지..? 이렇게 물어보는 오빠 얼굴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