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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Jan 31. 2021

벼락거지

나는 그 유명한 강남 키즈다. 지금도 강남에서 사냐고요? 아닙니다. 이미 경기도 시민 된 지 오래되었고 강남은 친정 갈 때나 겨우 들르네요. 다행히 친정은 아직도 강남 한복판에 위치하시지만 이미 너무 상업지구로 변한 그곳에서 부모님이 언제까지 사실지는 모르겠음. 나는 왜 신혼집을 강남에 사지 않은 것일까 후회할 때가 많다. 아니, 신혼집은 고사하고 독립할 때만이라도 샀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2억 원에 잠원지구를 살 수 있었음에도 그 모든 기회를 날리고 결국 첫 집을 경기도에 사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우리 부모님은 굉장히 인텔리셨다. 그 유명한 S대 커플이며 똑똑하셨던 아버지는 승진도 빠르셔서 40전에 이미 회사에서 기사가 딸린 차를 제공해주었고 명절을 앞두고는 집에 산처럼(?) 쌓이는 선물세트를 받고는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법 한번 저지르지 않고 모범적으로 사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부모님의 비호 아래서 각종 예체능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솔직히 살면서 한 번도 가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매우 절약하시는 분들이라 강남 한복판에서 살아도 늘 살림은 검소하셨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빠듯한 용돈을 모아서 사고 싶은 걸 사야 했지만 또 한편으론 갑자기 집이 망할 일도 없어서 언제나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였다.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부담감 따위는 없었던 탓인지 아니면 강남에 사는 친구들 모두가 대략 여유로웠던 탓인지 나는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 사람으로 자랐고 지금도 항상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런데 그러던 내가 나이가 들수록 가난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깨닫고 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이 자리에 머무는 동안 나보다는 없이 태어났지만 절박함으로 무장한 친구들이 서서히 많은 돈을 벌면서 부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언젠가부터 쳐다보기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되어 인생역전을 하는 친구들을 보았을 때는 그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겼고, SNS로 인플루언서들이 대량 등장했을 때에도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제 강남 부동산이 폭등하고 (10억이 넘어서 이제는 너무 비싸다며 내려올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아파트들이 30억을 호가하고) 주식시장도 3000을 넘어서 활황세를 유지하는 걸 보면서 더 이상은 이게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돈이라는 걸 벌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막상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아오자 갑자기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래서 나도 SNS라는 걸 통해서 돈을 좀 벌어보기 위해 유튜브를 찍으려고 살펴보니 영상을 찍는 것도 찍는 것이지만 얼굴이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나만 보기 위해 영상을 찍는 것과 남에게 보이기 위해 영상을 찍는 것은 시작부터 느낌이 정말 달랐고, 영상을 찍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편집 툴로 편집 작업을 해야 했는데 배우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영상을 찍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콘텐츠를 잡는 것이었다. 유튜브를 몇 번 하다가 곧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방향을 틀었다. (사실 아직도 미련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님. 하지만 소위 말하는 떡상을 찍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

그러던 중 남편이 역직구 쇼핑몰 사업이 어떠냐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래서 검색을 하다가 <쇼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Shopee는 동남아 7개국을 아우르는 쇼핑몰인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상품을 동남아에 파는 것이다. 쇼핑몰 사업을 하려면 일단 '사입'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데 쇼피는 내 쇼핑몰을 꾸민 다음에 주문이 들어오면 한국에서 매입을 해 바로 배송을 해버리는 시스템이라 재고가 쌓이질 않으니 쇼핑몰 초보가 시작하기 딱 좋은 아이템인 것이다. 그래서 나도 혹하는 마음에 바로 쇼피 코리아에 쇼퍼를 하겠다며 신청을 했다. 그런데 쇼핑몰 꾸미는 작업이 노동 중에서도 막노동이었던 것임. 절대 부업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하기 어렵고 풀타임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어야 가능한 일인데 마진을 남들처럼 붙이자니 주문이 안 들어오고 마진을 낮추자니 내가 일하는 임금도 안 나오는 구조인 것이라 진퇴양난이다. 쇼핑몰 사업을 좀 하다 보니 당연히 집안일과 아이 교육에서 펑크가 나기 시작하고, 코로나라 안 그래도 집에 있는 아이 학습을 봐주기 힘들어졌다. 남편 입에서도 결국 불만이 나오기 시작해 그 고비를 못 넘기고 또 쇼피도 지지부진이다.

그래서 또 고민을 하다가 난생처음으로 주식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주식투자를 할 생각이 아니고 부동산 리츠(부동산은 비싸서 못 사니 리츠를 해보기로 한 것임)를 할 생각이었는데 무슨 펀드 같은 것인 줄 알았던 부동산 리츠가 사실은 주식을 사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니 주식계좌도 터야 되고 리츠 주식을 갖고 있으면 주식계좌로 배당금이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주식계좌부터 만들었다. 12.24에 주식계좌를 만들었는데 그날까지 사야 연말 배당금이 들어온다고 해 해당 리츠들을 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동산 리츠들은 연말에 오르는 성향이 있었고 내가 사자마자 주식들이 다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는 건지.... 주식시장은 활황세인데 내가 산 주식들은 죄다 파란색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문을 보다가 몇 가지 오를 테마가 있는 주식과 또 내가 가지고 싶었던 주식들을 몇 개 사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올라서 (솔직히 모든 대형주가 다 오르고 있었음) 그나마 리츠 주식들의 평가손을 메꿔주고 있는 상황.

사실 브런치도 뭔가 부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전에는 브런치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음) 그런데 브런치는 내게 돈은 아니지만 뭔가 탈출구를 만들어준 건 확실하다. 남들에게 뭔가 설명하는 거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내가 코로나로 인해 그 기회가 봉쇄당하자 수다를 떨지 못해 아쉬웠는데 글을 쓰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껏(솔직히 마음껏은 못함. 자기 검열이 있음)하게 되자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


결론은 결국 하는 건 많은데 돈이 벌리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아직도 절박하지 않은 탓일까? 나는 오랫동안 풀타임으로 일을 했었고 사실 부업이나 재택근무에는 익숙하지 않다. 내가 아는 일이란 출근이란 걸 해서 뭔가를 하는 것인데, 세상이 변했다는 건 알지만 그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뭔가 하나를 꾸준히 진득하게 해야 돈이 될 텐데 이것저것 조금씩 발을 담그다 마는 것이라 안되는 것인지...  무엇보다 비빌(?) 언덕이 있다고 생각해서 더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진짜 할 거라고 내게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닌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한 요즘이다.


여러분들의 부업 라이프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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