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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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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Dec 10. 2021

스타트업 총평

(feat. 4-16)

힘겹게 스타트업을 끝까지 다 보았다.

스타트업 리뷰를 그전처럼 세분화해서 쓰려고 했으나 도저히 그럴 마음이 따르지 않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 같더라.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왜 내 기분이 별로인 거지...? 라고 생각해봤더니 역시 첫 번째는 내가 김선호 팬이기 때문에 그랬고 (서브남주의 숙명이란 생각보다 가혹하다. 특히 팬의 입장에서는) 두 번째는 작가가 김선호가 맡은 한지평이란 역할을 철저히 자신의 드라마를 위해서 희생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랬다. (스타트업의 도산을 보고 역대급 민폐남주라는 이야기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서달미(수지)와 원인재(강한나)는 자매로 아버지 서청명 씨의 두 딸이다. 그들의 아버지인 서청명은 핸드폰이 출시되자 언젠가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세상에 나올 것임을 직감하며 바뀐 세상에 걸맞은 사업을 꿈꾼다. 그런데 현재에 충실하고 비전을 보지 못하는 청명의 아내(송선미)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려는 남편과 갈등을 빚고 결국 둘은 이혼을 하게 된다. 달미는 아빠, 할머니(청명 핫도그를 운영함)와 살고 인재는 엄마를 따라가는데 인재의 엄마는 타고난 미모를 이용해 부자 남자와 재혼을 하고 인재 역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된다. 서청명 씨는 투자를 받지 못해 집안의 돈을 많이 날리지만 결국 벤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빛을 보기 직전에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 오겠다는 아빠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아빠를 잃고 할머니와 살게 된 달미는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는) 할머니가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들자 과감하게 대학을 포기하지만 고졸자에게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커피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달미는 정규직을 꿈꾸지만 매장에서 아무리 최대 매출을 올려도 자신을 그저 재계약 대상으로만 보고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려는 회사의 처사에 실망해 사직서를 제출한다. 언니인 원재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자 손녀가 안쓰러웠던 달미의 할머니는 그 당시 우연히 도와주었던 한지평(김선호)과 모의해 펜팔을 하자고 하고 자신의 이름을 노출하기 싫었던 지평은 당시 TV에서 보았던 남도산(남주혁)이라는 이름으로 달미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지평은 보육원 출신으로 비상한 머리를 지녔지만 수중에 쥔 200만 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자 절망하는데 방황하는 그를 보고 달미의 할머니가 자신의 가게에서 숙식을 제공해 주었던 것. 지평은 미성년자라서 자신의 이름으로 은행계좌를 틀 수 없자 할머니의 계좌를 만들어주며 할머니의 종잣돈 800만 원을 8000만 원으로 불리는 수완을 발휘한다. 할머니가 자신의 돈 8천만원을 아들의 사업자금으로 주려한다고 오해한 지평은 할머니를 원망하지만 할머니는 7200만 원을 주며 서울로 가려는 지평을 응원한다. 세월이 흘러 성공적인 벤처사업가가 된 지평은 한강이 보이는 멋진 집에서 비싼 시계와 차를 갖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데 어느 날 자신이 일하는 SAND BOX에서 달미를 만나자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가다가 할머니와 재회하게 된다. 할머니에게 예전에 고마웠다며 돈으로 할머니를 도와드리고자 하지만 할머니는 그를 거부하며 대신 '남도산'이란 인물을 찾아달라고 한다. SNS 및 인터넷을 샅샅이 찾아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그를 우연히 이메일에서 발견하게 된 지평은 도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 대신 달미를 만나달라고 부탁한다. 도산은 어렸을 때부터 영재로 불렸던 인물로 천재 프로그래머지만 수학경시대회에서 의도치 않은 커닝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마음속 깊은 곳에)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달미와의 관계도 의도치 않은 거짓된 관계로 시작함으로써 그 관계를 솔직하게 풀지 못하고 지평과 함께 공모해(?) 달미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당시 도산은 삼산텍(3명의 친구가 전부 이름 끝자가 '산'으로 끝남. 그래서 회사명이 삼산텍)이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평에 의해 멋진 회사인 것처럼 포장되고 달미 역시 그런 도산을 보며 한동안 마음속 깊이 접어두었던 사업에 대한 꿈을 되살리며 그들은 모두 각자의 필요에 따라 SAND BOX에 입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SAND BOX에 입주하게 된 달미와 삼산텍, 그리고 인재. (당시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던 인재는 주주였던 아버지 원회장에 의해 펭 당하며 대표 자리를 내놓고 미국지사로 가라고 종용당하는데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회사를 키워보기로 마음먹고 SAND BOX에 입주함) 그 과정에서 CEO서달미, 엔지니어 삼산텍, 디자이너 정사하 등 5명으로 새로운 팀이 된 삼산텍은 최종라운드 5팀에 들어 샌드박스에 입주하는 데 성공하지만 사사건건 인재네 팀과 부딪히며 갈등을 빚는다. 궁지에 몰리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눈앞에 닥친 과제들을 하나하나 클리어 해 나가는 삼산텍의 성장과정이 이 스타트업의 주된 내용인데 14회쯤 삼산텍은 샌프란시스코의 투스토라는 회사에서 30억 투자를 받게 된다. 삼산텍 멤버들은 모두들 뛸 듯이 기뻐하지만 알고보니 그 제안은 엔지니어들을 빼내가기 위한 헤드헌팅식 투자였고 삼산텍 엔지니어 3명만 채용되고 달미와 사하는 그 팀에서 해고되며 그들이 개발한 '눈길 서비스'(시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 달미의 할머니를 위해 개발됨)및 팀이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3년 동안 헤어지게 된 달미와 도산. 그리고 낙동강 오리알이 된 달미는 막막해하지만 인재네 회사에 지원하며 뒤틀렸던 자매의 관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인재네 회사에서 새롭게 <청명 컴퍼니>를 창업하며 못다 이룬 아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달미는 '눈길'에서 떠올린 자율주행차량을 생각하고 그 사업을 하자며 언니인 원재를 설득한다. 자율주행차량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직전 메인 엔지니어 2명이 이탈(원회장쪽으로 감)하며 다시 힘든 상황을 맞이한 청명컴퍼니지만 그때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재창업을 고려중이던 삼산텍 멤버들이 청명컴퍼니에 합류하며 (변호사협회에서 일하던 사하도 철산의 부탁으로 그 팀에 재합류) 달미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기게 된다. 한편 3년이란 시간을 속절없이 보내던 지평은 달미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휴가로 잠시 한국에 들어온 도산에게 방해를 받고 결국 영원히 짠한 이미지로 드라마에 박제된다. 마침내 최종 자율주행차량 사업권을 따내며 점점 크게 도약하는 청명컴퍼니를 끝으로 드라마는 끝나는데 그 와중에 철산과 사하의 로맨스도 있고 도산과 달미의 결혼도 있다.


나는 작가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인데 솔직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제일 좋았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스타트업>은 좀 별로였다. 작가님의 장점은 분명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로맨스하고는 합이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수지를 기용하다 보니까 극 내용 중에 로맨스가 안 들어갈 수가 없고 그 점이 외려 작가님 본인의 장점을 퇴색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작가가 한지평이라는 인물에 엄청난 애정이 있다는 것은 드라마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거의 남자주인공이 2명인 느낌) 예상보다 김선호가 연기를 너무 잘하다보니 (특히 감정연기. 사실 서브남주이다 보니 감정선이 불친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찰나를 너무 잘 살림. 예를 들면 갑자기 달미와 삼산텍 멤버들이랑 고스톱을 치게 되는 장면에서 달미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너무 공감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이라던가. 달미가 죽을 사들고 찾아왔는데 코끝이 찡~ 한 장면이라던가. 할머니의 시력상실에 미칠 듯이 슬퍼하는 장면이라던가) 정작 감정선이 살아서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멜로가 상대적으로 시시해져 버린 것이다. 사실 김선호만 빼고 보면 다른 사람들끼리 붙을 때는 연기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수지와 남주혁도 스타트업 멤버들끼리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솔직히 얼굴합도 둘이 더 자연스럽고 좋다) 김선호랑 한 장면에서 붙을 때는 뭔가 어색하고 뻣뻣한 느낌을 나만 느낀것은 아닐 것이다. 김선호랑 연기로 붙었을 때 시너지가 났던 것은 달미 할머니랑 찍는 장면, 동찬(한지평의 비서같은 존재. 부하직원)이랑 있을 때 정도이니 스타트업 드라마는 결론적으로 김선호란 인물을 드라마에 잘 활용하지 못했고 바로 그것이 한지평이란 역대급 서브남주라는 인물만 남기고 드라마는 폭망한 이유라 하겠다. (갯마을 차차차는 김선호의 매력을 절대적으로 잘 살린 드라마였고 그게 바로 넷플릭스에서 끝도 없이 흥행하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게다가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한지평이 달미와의 관계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냉철한 판단력을 소유한 인물인데 타이밍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도산이 없는 3년이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리가 있겠는가?! 드라마가 이 지점에서 너무 개연성이 없음. 차라리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던가 아니면 사귀었다 헤어졌던가 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더 나았을 듯) 드라마 자체만 보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마가 아니고 물론 너무 뻔한 플롯(제목만 들어도 스타트업이 각종 고난과 역경을 거듭해 진정한 회사로 커 나가겠구나~ 하는 게 막 상상이 됨)이 예상되지만 시간을 들여 볼만한 드라마인 것은 맞지만 김선호 팬들이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음. 이 드라마를 보고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그의 팬이든 아니든 김선호가 확실한 주인공 타입이고 타이틀롤을 주면 그 기회를 잘 살리겠구나 라는 것만 모두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선호를 제외하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강한나인데 딕션도 상당히 좋고 원인재라는 인물을 200% 잘 살렸더라. 무엇보다 김선호랑 얼굴합이 좋다. (마지막에 1장면 정도만 같이 나오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음) 만일 김선호를 수지가 아니라 강한나랑 러브라인을 만들었으면 진짜 시너지가 장난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쉬웠음.(솔직히 철산과 사하의 러브라인은 드라마전개상 굳이 들어갔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얼굴합이 별로임) 나중에 둘이 드라마 한번 찍어주시길! (역시 보조개 커플은 항상 옳음)      


p.s 김선호 팬분들은 11회 에피소드를 꼭 보세요. 한지평이 달미에게 고백하고 술마시면서 자책하는 씬 있는데 역시 디테일장인 답네요. 젓가락을 몇번씩 떨어뜨리거나 고쳐잡으면서 독백하는데 이 장면을 보면 왜 연기천재라고 하는지 바로 감이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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