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들과 스위스
스며들다
로이스 강줄기 따라 스며들었다 건물들 일렬횡대 줄지어 수면위로 복제되고 있다 카펠교 위 나도 복제되어지고 있다 물의 탑 바서투름에 매달린 햇볕에 반사되어
복제 된 나는 멀어져가고 너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무제크 성으로 들어갔다 지트탑 시계 인간의 시간을 토론 한다 고요를 가로 챈 바람이 지나간다
어둡고 좁은 계절 지나 그동안 나를 몰랐던 아니, 나를 알고 있던 나를 확인하는 시간 성벽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받아주는 이 없다
담쟁이 넝쿨진 성벽 먹어치우 듯 낮고 깊은 시절 선잠은 내가 버린 시간 뒤돌아보니 늘 겨울이었다
심장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여름 백조는 물고기 따라 날아가고 늘 물결이던 호수와 나는 유람선 따라 멀어져 간다
버츠 나우에서 산악열차 타고 리기 쿨름 가는 길.
투명한 하늘과 호수가 하나 되어 지나가는,
그곳으로 그리워하는 것과 잊어야 하는 것들이 교차되며
그렇게 리기 산의 속살이 내게로 왔다.
자동차로는 올 수 없는 산골마을의 풍경.
내 삶의 배경이 되어 내 몸 구석구석 휘젓고 있다.
그 옛날 마크 트웨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산장 레스토랑에서 누군가 흘리고 간 스카프.
바람에 나부끼며 내가 먹던 파스타와 함께 휘날리고 있다.
독 품고 던진 그녀의 말들이 가슴속에 가시로 박혀서 머리 속까지 뒤흔든다.
그 맹독의 말들이 뼈 속 깊이 파고들어 여기까지 따라왔다.
관절로 삐그덕 거리는 독설.
추크 호수는 뽑아내지 못한 채, 너덜거리는 감정 움켜쥔다.
다시 리기 칼트바드로 하산하는 톱니바퀴 기차 길과 나란히 손잡고 걷다 보면 꽃길.
블루멘파트 이정표따라 타박타박 걷다보면 숲-황새 부리, 금매화, 은 뿌리, 총상화, 제라늄 등 고산식물과 야생화 명찰이 제 이름 뽐내며 꽂혀 있다.
내 삶의 꽃날은 한 열흘 금매화 노란 꽃방석 혹은 멍하니 앉아 리기의 빛깔에 살고픈 마음이었을까.
목초지 한 귀퉁이 길 가로로 울리는 워낭소리.
어제의 나를 지우고
오늘의 시가 되고 노래되어
멀리, 더 멀리 번져 다시 내게로 왔으면 하는 그런 날이다.
리기산
어떤 빛깔이 나를 찾아왔다
푸릇푸릇 드넓은 목초 밭 휘감는
원앙의 울림 차곡차곡 길을 만들고
계곡에서 계곡으로 넘어 온 해볕이
그림자로 번지는 오후 6시
숲-황새부리 꽃 속살
연보라에 물든 나비떼 젖어가는
흰 구름 둥둥, 팔 뻗어보는
닿을 듯 닿지 않은 너와의 거리에
추크호수와 루체른호수에 뜬 낮달
산 위에 내려 앉는다
여름 안으로 철길을 두드리며
들어오는 오랜된 산악열차
아물지 않는 생각을 매달고
닿지 않는 발자국 자박자박 넘기는
어떤 날
허공을 밟던 고요가
금매화 은뿌리 총상화 제라늄 꽃에 앉아
컹컹거린다
고개 흔드는 쪽으로 소리는
노을을 삼키며
어떤 빛깔이 나를 갖는다
리기의 나를 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