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베에 꽂히다

5. ---아들과 스위스

by 김민재


그랑드 플라서 광장을 지난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이면 시장이 열린다는 광장.

금요일의 길은 고요하고 그대를 안아주는 듯 따뜻하다.

클로드 앙리 포니가 설립한 사진기 박물관은 건너뛰고 알리멘타리움 앞

네슬레가 세운 거대한 포크가 호수에 꽂힌 채로 우뚝 서서 백조들과 숨바꼭질 중이다.

포크에 박힌 호수는 물속 깊이 햇살 풀어놓고 물들어 간다.

드문드문 관광객과 현지인들 뒤 섞여 여유로운 산책길은 붉은 꽃 피우고 아들과 나는 중절모에 콧수염, 지팡이에 턱시도 잘 차려입은 찰리 채플린과 어깨를 나란히 레만 호를 응시하다 그의 삶과 브베 인들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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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고 한 결혼.

진정한 사랑꾼이자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찰리 채플린이 잠든 브베.

마을이 호수에 안긴 듯 호수가 마을을 품은 듯 심심한 곳,

아름답지만 화려함을 추구하지도 자신을 내세우거나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

단순하지만 견고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브베 사람들이라 한다.

단순한 삶을 자랑스러워하는 브베 인들에게 진정 재미없는 삶을 사는 걸까 묻고 싶어 지는 그런 날이다.

나 또한 단순하지만 실용성 있게 내 삶을 꾸리고 있나 알고 싶어 지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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