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들과 스위스
발효되다
-그뤼에르 치즈
스컹크처럼 절뚝거리며 스며들었다 발효 향 더는 견딜 수 없는 퐁듀의 시발역
기다림은 더 깊은 기다림으로 견디라 했던가
소금물로 덧칠하며 돌아눕는 다시 돌아누울 곳 없는 맛의 유전을 따라가고 싶어
프리부르*의 고향 푸른 초원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
짜고 향진한 치즈 한 입 질겅질겅 씹으며 쌉쓰레한 맥주로 목축이고 싶어
슬픔은 파란만장의 세월에 덮어놓고 제대로 된 기쁨의 술잔 들이켜고 싶어
누군가 놓고 간 그리움 한 몫까지 멀리 아주 멀리 보내고 싶었을지 모를 내안의 뜰
숙성은 더 지극한 숙성으로 맞서라 했던가
발효 창고 층층 둥그렇게 눌어붙어 길고 먼 시간 가라앉혀 놓듯 후미진 귀퉁이 기대어 끙끙
어디에도 나 발효되지 않을
남은 생 라클레트*처럼 녹아내리지 않을 홍학으로 날고 싶어
*검고 흰 얼룩무늬 소
*단단하게 굳어진 치즈를 불에 직접 쬐어 녹인 후 긁어내 감자나 빵에 얹어먹는 음식
명절 혹은 애경사 때만 되면 홍어 삭히는 암모니아 독한 향이 폐까지 스미던,
어린 날의 기억이 그뤼에르 치즈공장에서 새록새록 피어난다.
긴 숙성의 시간.
소금물로 덧칠하며 돌아눕는, 다시 돌아누울 곳 없는 맛의 유전 따라왔다.
프리부르(검고 흰 얼룩무늬 소)의 고향 푸른 초원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
짜고 향진한 치즈 한 입 질겅질겅 씹으며 삭을 대로 삭은 홍어 살점을 생각한다.
발효의 문장 어렵듯 발효의 과정은 내가 살아온,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내를 구히에 치즈가 말하는 듯하다.
치즈 공장에 입장하면 한글 안내 팸플릿 “체리 이야기”와 샘플 치즈를 준다.
체리 시즌에 태어났다고 하여 붙여진 체리는 검은 점박이 소 이름이다.
구히에 치즈의 원료인 체리는 일 년에 2번 포야 여행을 하며, 그 여행길은 백리향, 큐민, 보라색, 하얀색 클로버의 풀들을 뜯어먹고 후식으로는 바닐라향 난초를 먹는다는 체리.
치즈 공정은 400리터의 우유가 모여 35킬로의 치즈로 탄생 키 위해 20시간의 소금물에 잠겨 소금 성분의 반을 흡수하고 14도의 암모니아 냄새로 깊고 풍부한 맛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구히에 치즈. 홍어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치즈공장을 뒤로하고 구불구불했던 마음 곱게 펴며, 목가적인 꼬마 성당 옆에 끼고 울타리 너머 채마밭 초록에 물든 시간 지나 그뤼에르 성.
부슬부슬 빗방울이 더욱 암울하게 하는 성 박물관 내부는 고요하다.
방문객이 드문드문 유럽의 고성이 그러하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성주들이 남긴 유물은 화려하다가 암울하고 고즈넉한, 중세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다.
살레 드 그뤼에르 퐁듀 전문 레스토랑에서 라클렛과 퐁듀에 녹여진 허기 채운다.
기거 바에 서 잠시 전통과자 머랭의 달콤함에 취했다가 씁쓰레한 커피로 기괴하고 독특한 내부 스캔하고
초콜릿 박물관 간다.
차창 밖 야생화 물결치며 스치고 지나가는 초원 위의 그림처럼 그뤼에르 성이 멀어지고 있다.
브록 Broc 패브릭 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밀크 초콜릿을 처음 만든 초콜릿 브랜드 메종 까이에–네슬레 초콜릿 공장과 박물관.
종류 별로 늘어선 한 움큼의 유혹들 뿌리칠 수 없어 입속 가득 느끼함이 번진다.
무한의 시식은 무리수. 필히 생수 한 병 뒷주머니에 넣어가라는 꿀팁.
그러면 무한 시식 가능할까 글쎄 그것 또한 미지수.
빗방울 뚝뚝 등 돌려 철길 위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