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조선지광』65호에 발표한 정지용의「향수」는 우리 가슴속에 각인된 것은 모든 인간 속에 내재해 있는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원초적인 감각으로 접근 우리의 심연 속으로 매우 호소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라고『정지용과 그의 시 세계』의 시론에서 송기원 작가는 말하고 있다.
말랑말랑 한 심연 속 깊이를 헤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헤아리지 못해 늘 방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옥천, 늘 마음속으로만 줄 긋고 지우다 이렇게 들어선 곳.
정지용문학관 앞 뜰 ‘정지용 시인 고향에서 문학을 노래하다’ 조형물과 그 옆 시인과 함께 포토 존이 있고, 호수를 건너는 그림이 바닥에 깔려 있으며, 동상이 관람객을 반기듯 우뚝 서있다. 문학관 들어가는 입구 인공 실개천 건너면 문학관 입구 해설사 선생님 상주하고 있지만 실외 해설은 가능하나 실내 해설은 안 된다.
검은 두루마기에 마스크 쓴 정지용의 밀랍인형이 벤치에 앉아 있다. 주변에서 양복을 입으라고 권유하자 그는 "이것 아니고는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뭘로 표시하겠느냐?" 라며 한복 입기를 고수했다는 시인은 88년 해금되기까지 월북시인의 굴레에 있었던 납북시인.
문학 전시실 내부는 간결하다. 다른 문학관처럼 시인의 소장품이 없다. 박용철, 김영랑과 함께 시문학파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문장」지에 청록파 시인들을 추천한 모더니즘과 이미지즘의 선구자이자 한국 서정시의 한 획을 긋는 시인의 문학관. 소소한 이야기 따라 들어간다.
전시실 입구 오른쪽 벽에 시「호수」와 그 아래 진열장에는 시집이, 왼쪽 벽에는 5개의 액자로 시「향수」가 조명등에 빛난다. 정지용 시인과 그 시대가 한쪽 벽면을 차지한 당시 문학의 흐름, 지용의 삶과 문학, 시대적 상황이 시인을 말해 주고 있다.
주제별로 ‘향수’에는 가족사, 휘문 고보 시절의 인연. ‘바다와 거리’에는 유학시절의 문학 활동, 일제 강점하의 지식인 정지용. ‘나무와 산’에는 시문학동인, 종교적 신앙과 성신의 구원. ‘산문과 동시’ 등 4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정지용의 시, 산문, 서화 코너에는 초판 집이 진열되어 있다. 정지용 연구서가 진열장 안을 가득 메우고 향수 사진전과 굳게 입 다문 시낭송실 등 벽면을 가득 채우고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문학체험공간으로 관람객이 쉽게 시를 접할 수 있도록 영상과 시어 검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모니터와 등받이가 작품이 되는 의자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문학 전시실 맞은편 왼쪽 벽을 가득 채운 '지용문학상 수상작' 작가들의 작품과 사진이 작은 액자 안에서 뽐내고 있다. 안내 데스크 옆 ‘문학교실’은 행사가 없는지 조용하다.
흔적 없이 사라진 불온 시인이란 낙인으로 고향에서는 그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못하였다는 시인. 그 아버지를 찾으러 간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은 아버지의 행방을 알지도 못한 채 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산의 슬픔을 문학관 앞 실개천 물줄기는 알기나 하는지 그저 졸졸 흐르고 있다. 생가 담장 아래 핀 백일홍 비에 젖어 촉촉한 붉은 꽃망울 마음 깊이 적시며 시「다알리아」로 스며든다.
비를 신고 돌아다니는 발자국과 빗방울 우산에 부딪치는 소리에서 세상의 모든 말들이 모아지는 구읍. 낮은 지붕들과 정지용 시「향수」의 한 소절처럼 예쁠 것도 없는 카페가 듬성듬성 지나가는 구읍에서 가장 많이 마을을 품고 있는 것이 정자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자리를 그만두고 견지동 집을 팔아 녹번동으로 옮기면서 남은 돈으로 정자를 짓는다. 이태준의 집 뒤 언덕에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초가 정자가 있는데, 지용은 이태준의 고래 등 같은 기와집보다 이 정자가 무척 부러웠다고 최하림『시인을 찾아서』의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소담한 마을에 정자가 그리 많은 것은 지용이 소망했던 마음이 반영된 건 아닐까.
구읍을 돌다 보면 어느 정자에서 쉬어도 풍경이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교동 생태습지 물과 수초와 비가 어우러진 정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을볕 째앵하게
내려쪼이는 잔디밭
함빡 치어난 다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다알리아
시악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악시여, 순하디 순하여다오
암사슴처럼 뛰어다녀보아라
물오리 떠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는 밑에
함빡 피어나온 다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나오는 다알리아
-「다알리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