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미안해진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질수록, 어쩐지 미안한 마음도 자꾸 커진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런 나라도 괜찮은 걸까.
기계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메일 하나도 겨우 보낸다.
새 계정을 만드는 것조차 낯설다.
브런치에 용기 내어 글을 올리게 되었지만,
나를 응원해 준 분들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아직 어렵다.
세상에 조금만 더 다가갈수록, 나는 더 바보가 되는 것 같다.
글을 읽으면 다들 너무 대단하다.
직업도 빛나고, 글에는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의심이 든다.
그런데도…
그 글들 덕분에,
정말 힘들고 멍한 날들 속에서
“나도 다시 살아볼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잘하지 못해도, 따라가지 못해도,
그냥 천천히 하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다짐해 보지만,
자고 나면 꿈자리가 불편하다.
나 혼자 살아낸 시간들
남편은 10년 넘게 외국에서 근무 중이다.
결혼 후 주말부부로 시작해, 지금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의지하는 듯 아닌 듯,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외로움도, 원망도, 고됨도, 기쁨도 함께 살아냈다.
그 모든 시간의 끝엔
‘미안함’만이 남아 있다.
다 내가 부족한 것 같고,
다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
이제야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시기가 왔는데,
용기도 없고, 시간도 없다.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볼까 했는데,
나는 오히려 일을 더 크게 시작해 버렸다.
시간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시간은 나를 비껴간다.
오늘도 걸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오늘도 5시 반에 일어나
간단한 도시락을 싸고,
아이를 차에 태워주고,
나의 할 일을 하러 간다.
하루 한 시간 걷던 산책을,
오늘은 교육 장소까지 걸어가는 걸음으로 대신했다.
산책은 나를 위한 시간이었지만,
오늘의 걸음은 누군가를 위한 ‘의무’였다.
나는 요즘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무 바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나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
이제는 함께하고 싶지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커져만 가지만,
아직은 곁에 갈 수 없다.
용기 내어 남편 옆으로 가고 싶지만,
아직은 더 벌어야 하고
부모님도, 아이들도
우리 부부가 여전히 책임져야 할 존재들이니까.
우린 지금까지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며 살아왔다.
2~3개월에 한 번,
짧은 휴가로 서로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냈다.
이제는 진심으로 함께 있고 싶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고 싶다.
하지만 책임은 여전히 손에 놓을 수 없고,
그 무게를 알기에
나는 오늘도,
서로의 몫을 안고
이 거리와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그리고 문득,
앞으로 남편과 함께 보내게 될 시간이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너무 오랜 시간,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와 버린 탓일까.
함께함이 설레는 동시에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익숙함보다는 어색함이 먼저 떠오르는 이 현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바쁘고 외로운 하루의 끝에
뭐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닌데
늘 바쁘다.
외롭고, 하는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해가 지고 나서야 ‘아, 오늘도 끝났구나’ 싶은 날이 많다.
예전보다 힘도 부쩍 줄었다.
그런데도 나는 도시락을 싸고,
아이를 태워주고,
걷고,
쓰고,
견디고 있다.
조금씩 닳고 있지만,
조금씩 단단해지고도 있다.
느려도, 작아도,
나는 여전히 나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다.